與 “영문 번역 과정에서 주어 빠진 것” 방어
WP “오디오 다시 확인, 단어 하나하나 그대로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두고 무조건 일본이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관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오역’이라며 방어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쓴 WP기자는 한국어로 진행된 오디오 워딩을 다시 공개하면서 ‘원문 그대로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WP 인터뷰 오역 가능성에 대해 “어쨌든 1998년도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일본 의회 연설에서 비슷한 기조의 말을 했다”며 “국가안보가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 개선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그런 취지”라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잘 전달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영어로 인터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WP가 인터뷰하고 난 다음에 영어로 내용이 게재된 걸 다시 또 한국말로 번역해서 대한민국 언론에 기사가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무조건 안 된다.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바로 뒤에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이것이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재 의원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며 “앞뒤 내용을 보면 과거사 문제든 현안이든 결국 소통을 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국민의힘 내에서 나온 ‘오역’ 주장에 대한 재반박을 내놨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WP 이예희 기자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자신이 인터뷰하면서 녹음했던 내용을 공개했다. 이 기자는 “번역 오류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오디오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며 “여기 ‘단어 하나하나 문자 그대로(word-for-word)’다”라고 썼다.
WP 기자는 윤 대통령이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라고 하는 것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WP는 전날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유럽은 지난 100년여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각 교전국은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할 길들을 찾아왔다”며 “저는 100년 전 일어난 일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어떤 일을 절대로 할 수 없고, 무조건 일본이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관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