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고재우 기자] ‘빅5 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에서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를 ‘공개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PA간호사는 의사 대신 약 처방 등을 하는 간호사로, 국내에선 PA간호사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다.
PA간호사란 일반적으로 의사 업무를 하는 간호사를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료법 상에도 의사, 간호사가 규정돼 있으나 PA간호사란 직책은 없다.
PA간호사가 하는 약 처방, 진단서 작성 등도 모두 불법이다. 의사 업무이기 때문에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환자안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병원에선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암암리에 PA간호사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홈페이지에 작년 12월 19일부터 26일까지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 그에 앞서 12월 2일부터 9일까지는 ‘간호본부 외래 계약직 e-MR(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공고에 따르면, 방사선종양학과 PA간호사 수행 업무로 외래 EMR 차트 작성, 모의 치료 및 방사선 치료 환자 검사 및 시술지원, 방사선 치료 환자 피부 드레싱 등이 명시됐다. 외래 EMR PA간호사는 외래 EMR 의무기록 지원 역할을 한다.
두 PA간호사 공고 모두 자격요건은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다. 우대사항으로는 각각 2년 이상 임상경력 보유자, 외래·응급실·중환자실 경력자 등을 내세웠다.
실제 담당업무를 떠나 일단 PA간호사를 채용 공고한 것부터 의료법에 위반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PA간호사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정의 자체도 없다”며 “의료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PA간호사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야겠지만 의료법 위반이라면 단속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와 관련, “PA라는 용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향후에 표현을 바꿔 채용 공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간협)이나 보건의료노조(보건노조) 등은 PA간호사란 용어 뿐 아니라 실제 공고에 명시된 업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이유에서다.
간협 관계자는 “전공의 부족을 이유로 간호사에게 전공의 업무를 전가시키려는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건노조 관계자도 “PA간호사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백번 양보해도 (일반)간호사로 채용 공고를 내야한다”며 “이정도면 의사 업무 경계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은 “PA라는 단어를 진료보조인력이라는 개념으로 쓴 것이고, 채용된 간호사도 한정된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라며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또 다른 문제가 된다면 향후에는 PA라는 표현을 바꾸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