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 개선 시급한데 2.7조 적립금 찬성 못해
“보수정당의 가치 폄하,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정치 시작”
[헤럴드경제=최정호·이영기 기자] 서울 교육에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2조7000억원의 기금 적립을 골자로 한 서울시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보류한데 이어, 조희연 시교육감의 업무보고 참석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그 한가운데 만 29세의 젊은 시의원이 자리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 소속인 정지웅 국민의힘 시의원(서대문1)은 1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과거와는 다른 관계를 만들며 생기는 긴장 관계”라고 했다.
최근 시의회는 시교육청의 추경 예산안을 심사 보류했다. 정지웅 의원은 “서울 안산초는 아직도 화변기를 쓴다”며 “이것은 학습권이 아닌 인권의 문제인데, 이런 시설 보수에 대한 계획은 없이 2조7000억원의 적립성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의원으로서 (예산안을 강행하려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며 “예산안을 새로 만들어 와야만 새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업무보고에서는 시교육청의 저조한 결재 원문 공개율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보공개제도는 별도의 청구 없이도 주요 행정 사안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다. 정지웅 의원은 “저조한 이유에 대해 묻자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책임으로 돌렸다”며 “지도, 계도의 책임이 있는 교육청의 답변으로는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이지만 정부의 교육 행정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됐던 만5세 취학연령 조정 학제 개편안에 대해서 “공교육의 확대라는 설명에는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 대상자와 충분한 논의가 없는 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반대했다.
20대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계기도 이런 소신 때문이다. 과거 새누리당 때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한 정 의원은 “당시 주변에서 보수정당의 모든 가치를 폄하하는 것을 볼 수만은 없었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입당을 택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역량을 쌓아온 만큼 전문 정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정치가) 법조인이나 교수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갑자기 정치인이 돼서 명예만 얻는 장이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전문성은 있겠지만 정치는 다른 영역”이라고 전문 정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구인 서대문구와 관련해서는 작은 것부터 바꿔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의원은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서대문구 충현동 일대에 대해 “겨울철 언덕길에 눈이 쌓이면 치워도 사람이 다니기 어렵다. 인근의 재개발 지역까지만 도로 열선이 설치돼 겨울철 차이가 확연하다”며 “재개발이 어렵다면 우선 작은 것부터 생활 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곧 브이로그(VLOG·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를 통해서 정 의원을 만날 수 있다. 정 의원은 “투명하게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브이로그를 준비하고 있다”며 “부결된 조례가 있다면 브이로그를 통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의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는지 시민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