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각종 자료...양적으론 풍성

단발보다 지속 교육 ‘인식→행동’ 필요

30년 학교 환경교육, 질적성장할 때다
서울시 서초구 환경교육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재활용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초구 환경교육센터 제공]

우리나라의 학교환경교육이 30살이 됐다.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환경’이 포함되고, 다양한 관련 시설과 프로그램이 전국 각 교육청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또 교육부 뿐 아니라 환경부도 전담 부서를 만들고 적극 지원에 나섰다.

우리 교육에 ‘환경’이 공식 교육과정으로 포함된 것은 1992년 6차 교육과정 때부터다.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이 만들어지고 2018년에는 환경부에 전담 교육팀도 신설됐다.

30살 학교환경교육은 이제 양적으로 풍부한 상황이다. 교육부도, 각 시도 교육청도, 환경운동단체들도 저마다 학교환경교육 자료를 내놓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서 ‘학교환경교육’이라 치면 정부가 만든 환경교육포털부터 각 시도 교육청이 만든 관련 홈페이지, 그리고 지역 시민단체들의 고유 사이트까지 수십개 정보창고들이 한 눈에 보인다.

정부 조직도 크게 늘었다. 정부가 만든 광역환경교육센터만 서울 9곳, 경기도 15곳, 부산 11곳 등 전국에 56곳이 넘는다. 또 정부가 주관하고 각 시도 자치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환경 교육 프로그램들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환경교육은 아직도 3살 걸음마 단계인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학교 재량시간으로 환경 교육이 가능하고, 중학교부터는 선택 과목으로 환경이 들어간다. 하지만 실제 환경교육 과정의 선택은 많지 않다. 환경교육 선택률은 2007년 20%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13%까지 떨어지고 있다. 안전·성(性)·보건·통일처럼 의무 과정이 아닌 까닭이다. 법적 필수과목도 아니고,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과정도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환경 교육 전문 인력 확충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환경 교육과정을 채택한 학교 중 79%는 기존 타 교과목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환경을 가르치는 교사는 모두 111명이다. 이 중 환경교원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42명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학교환경교육은 생애 주기에 맞춰 유·아동기부터 노년층까지 평생 이뤄져야 할 과정이지만, 정규 교육과정에서조차 중간중간 끊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환경교육포럼을 진행하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전문가는 “환경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인식이 변하고, 그래야 행동으로 전환 가능하다”며 “보여주기식 단발성교육보다 제대로 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수 과목도, 입시 과목도 아닌 현행 학교 환경교육의 한계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