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동 소장 |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지리산’은 국립공원공단 직원의 활동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테리 드라마다. 극 중에서 이들은 조난당한 탐방객을 구조하고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일을 한다. 또, 문화재를 조사하는 등 국립공원 직원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생물종 조사 등 다양한 업무가 보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국립공원은 매년 3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명산이다. 탐방로 관리와 함께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고 있어 생물의 분포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는 우선 무등산의 식물을 조사했다. 우선 예전 조사자료를 보니 국립공원 승격 이전(1970년~2012년) 자료는 5건, 국립공원 승격 이후(2013년 이후) 자료는 3건으로, 모두 총 1,729종이었다.
이번 현장조사는 기존 조사자료를 참조해 그동안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과 지형·지질이 특이한 곳을 주요 대상지로 삼았다. 조사 결과, 110종이 새로이 확인됐고, 앞선 자료와 함께 총 1,839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식물종 수 대비 40% 수준이다. 특히. 면적이 무등산보다 6배나 넓은 지리산국립공원의 1,856종과 맞먹는 수치다.
이처럼 식물종 수가 많은 이유는 작은 면적에 다양한 서식지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평두메습지, 원효계곡, 용연계곡, 도원계곡, 덕산너덜, 지공너덜, 중봉 초원, 북봉 풍혈지 등 하나하나가 무등산만의 독특한 서식지를 만들어 다양한 식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백두산이 고향인 백두사초가 풍혈지에 살고 있다. 또,한라산에서 자라는 한라사초는 정상부 숲에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주걱일엽과 섬공작고사리가 낮은 산지 계곡에 분포해있다. 국내 200개체 미만인 왕다람쥐꼬리도 무등산국립공원이 최대 자생지이며, 공중습도가 높은 바위에 붙어 살아가고 있다.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무등산국립공원에만 분포하는 자생식물로 긴개관중과 각시톱지네고사리, 입술망초 등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무등산국립공원은 다양한 서식지가 작은 면적으로 모여 있어 환경의 변화나 외부 위협에 쉽게 훼손되고 많은 종이 빨리 사라질 수 있어 소음과 불빛, 샛길, 도로 등으로 인한 위협에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무등산 관리사무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식물의 서식 상태를 파악하고 동시에 보호종에 대해 다양한 보호 방법을 마련했다. 첫째 개체 수가 적고 보호가 필요한 종은 증식과 복원 및 서식지 보전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둘째 보호종이 사유지에 분포하면 사유지를 매수할 계획이다.셋째 생태계 교란식물인 돼지풀 등 외래식물들은 제거하는 등의 보호대책을 추진한다.
무등산은 비교적 최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생물분야 연구자료가 많지 않다. 이제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서 정기적인 자연자원조사로 많은 연구자료가 쌓여 점차 무등산의 참모습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2년 후에는 무등산국립공원 지정 10주년이 된다. 과거 1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10년을 설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번 식물조사로 얻어진 사진 자료를 이용해 도감 형식의 E-book으로 제작해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에도 다양한 분야의 조사가 계획돼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에게는 자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연구자에게는 더 나은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자연에는 더 건강한 생태계로서 무등산국립공원이 보전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