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이어 토양까지...환경파괴 가속
한국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세계 3위
미세·나노플라스틱 생물 염증 일으켜
美·佛·中...전세계 배출 줄이기 앞다퉈
기업 대체제 개발 나서고 정책 뒷받침
시민 사용 최소화 등 전방위 노력 필요
비닐봉지부터 옷·신발·가전제품·자동차까지 인간의 삶에서 ‘플라스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세상’이다. 플라스틱은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플라스틱이 이제는 인간의 생명을 갉아먹으며 역습에 나선 형국이다.
현재 해양은 물론 토양까지도 플라스틱의 공격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은 44만8137t으로 2017년 34만1746t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25만1577t 규모의 재활용 쓰레기가 배출됐다. 코로나19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의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플라스틱은 재활용 쓰레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수원기후행동네트워크가 지난 7월 5일부터 8월 27일까지 24개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 3254개를 조사해 보니 플라스틱이 57.0%(1858개)로 가장 많았다. 종이류(19.9%), 기타(15.8%)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영국 KPMG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44㎏으로 호주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 2016년 1인당 연간 98.2㎏을 배출해 세계 1위라고 집계하기도 했다.
특히 토양오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먼지처럼 작은 미세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 또는 옷·섬유·건설자재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을 직접 파괴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땅 속에서 염소화된 미세플라스틱은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와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이 화학물질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생물의 호르몬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세탁기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발생한다. 워터월드의 연구에 따르면 세탁기가 한 바퀴 돌 때마다 70만 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온다. 미국의 의류기업 파타고니아에서 진행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합성소재로 만든 재킷을 한번 세탁할 경우 약 1.7g의 마이크로섬유가 발생한다.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아진 나노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생물들에게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막과 벽을 침투할 뿐만 아니라 혈액뇌관문과 태반도 관통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라이프니치 해양과학연구소는 나노플라스틱이 혈액뇌장벽을 투과해 물고기의 행동변화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실제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토양에서 곰팡이 등을 분해하는 벌레인 ‘톡토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토양에서 톡토기의 움직임이 약 23~35% 둔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유리물벼룩을 물 1L당 5㎎ 농도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한 결과,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알주머니에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알의 83%는 부화하지 못하고 사멸했다. 이에 전세계는 현재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과일·채소 등에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시켰다. 중국은 2026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관리강화제안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발포 플라스틱 음식용기와 플라스틱 면봉의 생산·판매를 금지했고, 2026년부터는 분해 불가 비닐봉지와 택배 비닐 포장이 금지된다.
미국은 2023년부터는 재활용 불가 일회용 봉투, 식기 등 제품을 판매 금지하고, 음료 용기에는 재활용 함량을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50%로 늘리며, 최소 1개당 10센트 이상 음료병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등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점차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재생원료가 일정 이상 함유되지 않은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을 금지하고, 2025년까지 폐비닐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공공 열분해 시설을 10개 확충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의해 분해가 돼 더 작은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이 되면 식물에까지 흡수가 된다”며 “이 식물을 인간이 섭취해 인간의 몸에도 플라스틱이 쌓이게 되고, 결국 인류에게도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적으로는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 할 것이며, 기업들은 플라스틱 대체제 개발에 앞장서고 미세플라스틱이 하천에 들어가지 않도록 걸러낼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들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