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좀새풀 유전자 효능 실험결과.[극지연구소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극지연구소는 벼의 냉해 저항을 최대 7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유전자를 남극식물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극지연구소 이형석 박사와 연세대학교 김우택 교수 연구팀은 남극좀새풀에서 DaADF 유전자를 분리해 냉해 저항력을 확인했다. DaADF는 남극좀새풀이 저온의 남극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유전자다.
DaADF 유전자가 주입된 벼는 영상 4도에서 평균 53%, 최고 62% 생존했다. 영상 4도는 벼가 냉해피해를 심각하게 입을 수 있는 온도로 일반 벼는 같은 조건에서 8%만 살아남았다. 일반 벼의 생육조건인 영상 28도에서두 그룹 간 외형이나 생장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식물에는 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액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DaADF 유전자는 액틴의 구조를 쉽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추운 지역에서 단열이 잘되는 집을 짓는 것처럼, DaADF 유전자가 식물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추운 환경에 유리한 형태로 액틴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해에도 남극좀새풀을 추위와 건조 환경에 강하게 만들어주는 GolS2 유전자를 찾았다. GolS2 유전자는 수분 증발을 막거나 내부에 에너지가 쌓이는 것을 도와 극한환경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전략들이 유전자에 남아있는 것이다.
남극은 극야와 백야 등 계절에 따라 해가 떠 있는 시간이 크게 다르고 여름철에도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워서 식물이 살기 어렵다. 이 같은 악조건 때문에 남극에서 꽃이 피는 식물은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2종뿐이며, 이들의 개체 수는 지구 온난화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극좀새풀은 최적 생육온도가 13℃이지만 0℃에서도 30%의 광합성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저온 환경에서 잘 적응한다. 또한 벼와 유전적으로 유사해 벼의 냉해 피해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남극좀새풀.[극지연구소 제공] |
이형석 책임연구원은 “유전자변형작물(GMO)과 관련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극식물 유전자의 기능은 살리면서 최소한의 유전적 변형으로 합법적인 신품종 작물을 개량할 수 있도록 유전자 편집 연구를 추진할 계획”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 9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