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남극의 최근 6개월 기온이 30년 동안 가장 추운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반구가 올해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지구 온난화 흐름 속에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문센-스코트 남극 관측소의 4~9월 평균 기온은 영하 61도로 파악됐다. 이제까지 가장 낮은 평균 기온은 1987년의 영하 60.6도였는데 34년만에 최저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최근 30년 평균 기온보다 4.5도 낮다.
이런 기록은 미 우주항공국(NASA) 측도 확인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데이비드 브롬위치 오하이오 주립대 극지연구원은 이메일을 통해 “남극의 9월 평균 기온이 기록상 가장 추웠다”고 했다.
미 국립 눈·얼음데이터 센터(NSIDC)에 따르면 극한의 남극 추위로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빙하의 8월 수준이 기록상 5번째로 높아졌다.
남극 기상 전문가인 매튜 라자라 위스콘신대 과학자는 남극의 기온이 여러 번 영하 100도 정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이런 기온에선 항공기를 작동하기 어렵다”며 “영하 50~58도 사이에서 유압장치가 얼거나 연료가 젤리로 변해 위험하다”고 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남극의 상황은 지구상의 나머지 대륙이 6~8월 사상 네번째로 더운 기온을 기록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남극과 북반구의 기온이 확연히 차이가 난 원인으론 성층권의 매우 강한 극 소용돌이(polar vortex)를 전문가는 꼽았다. 이는 계절적 현상으로 남반구에선 가을에 형성돼 겨울 동안 지속하다 봄께 약해진다. NASA 관계자는 “강한 소용돌이가 지표면의 낮은 온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NOAA 소속 에이미 버틀러 대기과학자는 “기본적으로 극지방 성층권 바람은 정상보다 강해 제트기류가 극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이게 찬 공기를 남극의 많은 지역에 가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틀러는 강한 극 소용돌이가 남극을 얼어붙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성층권 오존파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속화해 소용돌이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약 2400만㎢로 평균보다 훨씬 크다고 WP는 전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은 1980년대 도출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근거해 금지된 덕분에 일부 오존층이 복구되곤 있다. 하지만 해마다 이뤄지는 변화가 향후 수십년간 오존 구멍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NASA 관계자는 말했다.
전문가는 남극의 극한 추위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낮추진 않다는고 강조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남극 대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평가하려면 계절별 짤막한 정보 이상을 봐야 한다면서다.
테드 스캠보스 콜로라도대 선임연구원은 이메일에서 “남극 기후는 고도의 바람과 태평양의 상태에 극히 민감하고,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기 쉽다”고 했다. 이어 남극 빙하가 8월말께엔 가장 높은 수준에 가깝게 올랐다 9월말엔 올해 이맘때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에릭 스타이그 워싱턴대 대기과학 교수는 “남극의 추운 겨울이 흥미롭지만 이게 온난화라는 장기적 흐름을 바꾸진 않는다”고 했다. 남극은 장기적으로 온난화할 뿐만 아니라 얼음이 빠르게 녹아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