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출범 후, 전 정권 인사들에 사표 종용한 혐의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도 집행유예 형 선고
법원 “임원추천위원회 공정한 심사 업무 방해”
임기 남은 인사에 사표 받아낸 것…‘의무 없는 일’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강요하고, 청와대 추천 인사들을 기용하도록 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김은경 전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6-1부(부장 김용하)는 24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범행을 주도하고 그의 지시나 승인이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음에도 내정자를 정한 적 없다고 범행을 부인한다”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임원 공모에 지원한 내정자를 제외한 130명은 시간과 비용을 잃고 심한 박탈감을 받았다”며 “임원추천위원회의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해 공공기관의 적정성을 해쳤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산하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점을 유죄로 봤다. 또 후임 인선 과정에서 내정자를 임명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표적감사까지 하고 사표 제출을 강요한 사실도 인정됐다. 다만 김 전 감사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행위가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한 것은 아니라며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다르게 무죄로 판단했다. 또 채용절차에서 당연직 위원인 환경부 공무원들이 일부 지원자들에 대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에서 점수를 낮게 준 것이 김 전 장관 등의 직권남용과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결론냈다.
김 전 장관은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사표 제출에 응하지 않은 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해 표적감사를 벌인 혐의도 받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듬해 3월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같은 해 4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환경부가 특정 인사에게 사직을 강요한 정황은 물론, 청와대 추천 인사들의 자기소개서 등을 공공기관 인사팀 직원들이 대신 써준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