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구 중 경로당 무더위쉼터 운영은 마포·강동 등 8개구 뿐
폭염이 이어지는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당현천 근린공원 하늘에 햇무리가 생겨났다. 햇무리는 대기 중 수증기로 인해 햇볕이 굴절돼 태양 주변에 둥근 모양의 무지개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연일 무서운 폭염 속에 저소득 취약계층 노인들이 갈 곳 없이 없어졌다. 냉방기기가 없는 집 안은 35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될 경우 온열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그렇다고 에어컨이 있는 동 주민센터, 복지관 등은 거리가 멀고 동네 경로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굳게 문 닫았다.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 모습이다. 경로당 무더위쉼터가 자치구 마다 운영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주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에 ‘어르신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시설은 모두 3784곳이며, 이 가운데 1617곳(42.7%)이 운영 중으로 개관율은 40%를 겨우 넘긴 정도다. 특히 관공서나 문화시설이 대부분 문을 연 데 반해 노인 여가시설은 휴관율이 높다. 운영 중인 노인시설은 노인복지관 52곳 중 32곳(61.5%), 경로당 2859곳 중 829곳(28.9%)으로 접근성이 높은 경로당의 경우 문 닫은 곳이 태반이다. 경로당을 무더위쉼터로 개방한 자치구는 25개 자치구 중 8개구에 불과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마포, 동대문, 중랑, 강동, 중구 등 5개구를 제외한 모든 구가 경로당을 폐쇄했다가 이번주 광진, 구로, 양천구 등 3개구가 운영을 재개한 결과다.
이처럼 경로당 무더위쉼터 운영 현황이 들쑥 날쑥인 건 무더위쉼터 지정·운영권자가 자치구청장이어서다.
방역책임 기관인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은 이 보다 전향적이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폭염·감염병 등에 대비한 경로당 운영 안내’ 공문을 보내 경로당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공문에서 복지부는 “노인의 폭염·감염병 등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호체계 마련 등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경로당의 경우 ‘노인여가복지시설 대응지침’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무더위쉼터로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취약계층(노인) 안전확보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노인여가복지시설 대응지침’이란 혹서기에 거리두기 3단계 이상으로 운영 축소 시 ▷2차 접종 완료자 중심 운영 ▷이용정원의 50% 이하 운영 ▷마스크 착용, 방역관리자 지정 등 방역 철저 관리 등을 일컫는다.
서울시 어르신 무더위쉼터 운영 현황. [서울시 제공] |
이에 서울시도 지난 16일 부구청장회의에서 복지부 권고 사항을 전달하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각 자치구에 공문을 내려보내 경로당 무더위쉼터를 운영할 것을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자치구청장의 몫이라 한계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래도 지난해 여름보다 상황이 나은 것”이라며 “작년 9월 말 기준 지정 무더위쉼터는 1583곳이며, 운영은 474곳(29.9%)에 뿐이었고, 경로당은 아예 문 닫았었다”고 전했다.
자치구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 관리 인력 등 방역 여력 등을 감안해 휴관이 낫다는 주장을 편다. 서울에 노인 인구가 많은 한 자치구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경로당은 면적이 적은 실내공간이어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며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의 경우 입주민의 반대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여름은 이례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자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연구원 분석을 보면 2018년 온열질환 신고현황 중 피해자가 65세 이상인 경우 전국은 30.6%, 서울은 48.1%로 서울에서 노인 온열질환 비중은 훨씬 높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도 전국은 실외가 73.4%로 실내보다 월등히 높지만 서울은 실외가 58.8%로 상대적으로 낮고, 집 발생 비중이 서울(32.1%)은 전국 평균(13.3%) 보다 배 이상이다. 서울은 최소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가구(쪽방,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 등)가 많고, 온열질환자의 직업도 무직(44.8%)의 비율이 가장 많아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 홀몸 가구가 폭염에도 취약한 것이 확인된다.
무더위쉼터 지정·운영은 자치구에 달려있지만, 일반 시민이 폭염대응의 책임을 자치구로 보는 인식은 매우 낮다. 서울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서울시민은 폭염대응의 주된 책임 소재는 중앙정부(45.6%), 개인(26.0%), 서울시(16.9%), 자치구(7.0%), 지역사회(3.5%) 순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