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전국 장마 영향권…시간당 150㎜ 강한 비 예상

기상청 “많은 피해 우려…철저한 사전 점검 등 각별한 주의”

장마 우울증 ‘주의보’…“억지라도 몸 움직여야 기분 나아져”

소나기 끝나니 길고 긴 장마 시작…‘장마 우울증’ 우려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한 달 동안이나 이어졌던 소나기가 끝나니 장마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기나 긴 비소식까지, 집안에 갇힌 사람들의 마음에는 우울감이 싹트고 있다. 더욱이 올해 장마는 강한 비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안전사고에도 유의를 해야 한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토요일인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다. 제주도를 기준으로 할 때 1982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하면 1987년 이후 34년 만이다. 기상청은 “3~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첫 장맛비가 내리겠다. 중부지방, 전라도,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150㎜ 이상의 많은 비와 함께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마는 이날 오전 제주도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전국이 장마의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는 보통 한반도 남쪽에서 시작해 천천히 북상해 올라왔다”며 “하지만 이번 장마전선은 세로로 긴 형태로 전국이 사실상 동시에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마가 언제 끝날지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는 비선형 복잡계인 만큼 일정 기간 이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돼 있다”며 “3일 이내의 단기간에 대해서는 정체전선에 의한 강수 유무와 집중구역 예측이 가능하나 중장기에서 장마의 시작·종료 시점·지역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로 정체돼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 ‘블로킹’에 의해 장마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로킹은 고위도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는 온난 고기압이다. 지난해에도 블로킹으로 인해 49일이라는 기록적인 장마가 쏟아진 바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블로킹으로 인해 폭이 좁은 강한 강수대가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블로킹 형태가 다시 발달할 가능성과 함께 북쪽 찬 공기의 지속 여부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장마 기간은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소나기 끝나니 길고 긴 장마 시작…‘장마 우울증’ 우려
지난 6월 30일 오후 소나기가 내린 서울 송파구 위례성길에서 우산을 쓴 시민이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

“길고 긴 장마 답답”…‘장마 우울증’ 우려

계속되는 비 소식에 사람들의 발이 묶였다. 코로나19 확산에 장마까지 겹치자 야외활동 자체에 제약이 생겼다. 계절병으로 불리는 ‘장마 우울증’도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깊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 중인 직장인 강현준(34) 씨는 “올해 휴가는 늦장마 때문에 제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일년에 하루 있는 휴가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된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장마 우울증은 뇌 속에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늘어나면서 발병한다. 멜라토닌은 일조량이 감소하면 활성화된다. 장마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같이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불면증과 식욕 저하가 동반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장마 우울증은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지는 특징이 있다.

강동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활동량이 줄고 몸이 둔해지는 등 신체 변화가 생기면 우리 뇌는 우울감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며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 뒤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마철에 국민 9%가량이 우울감을 호소한다”며 “비가 오더라도 매일 30분씩 야외 활동을 하고, 스탠드나 조명을 활용해 방을 환하게 밝히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나기 끝나니 길고 긴 장마…오늘 오후 대부분 지역서 갤 듯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일 전남 남원시 금지면 귀석 배수정을 찾아 장마 대비 배수장 전기 설비, 수중 펌프 등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시작부터 ‘폭우’…안전관리에 특히 주의

올해 장마는 시작부터 폭우가 전망된다. 안전 대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4일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전라도·남해안·지리산 부근·제주도 50~100㎜(많은 곳 150㎜ 이상), 그 밖의 지역은 30~80㎜다.

강풍에도 주의해야 한다. 3일 오후부터 충남 서해안, 전라 서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시속 35~60㎞(초속 10~16m)의 바람과 함께 순간적으로 시속 70㎞(초속 20m) 이상의 강한 돌풍이 불면서 강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순간풍속 시속 55㎞(초속 15m)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같은 날 서해 전 해상, 남해 서부 먼바다, 제주도 전 해상(북부 앞바다 제외)에는 시속 35~60㎞(초속 10~16m)의 강한 바람으로 인해 물결이 2~4m로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내려지겠다. 대부분의 해상에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도시 내 소하천, 지하도, 우수관·상하수도 관거, 저지대 등 상습 침수구역과 산간, 계곡에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 범람과 침수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함께 비가 시작되기 전부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