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자들, 기후변화에 따른 ‘제트기류 약화’ 주범으로 지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6월중순 이후 북반구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 미 서부에서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유럽에서도 열대야가 지속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남서부 159개지역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연일 최고기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휴양지 팜스프링스에선 50.6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는 지난달 25일 이후 최고기온 47.9도 등 닷새간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486명에 달했다.
유럽에서도 독일이 35도 이상의 고온이 이어졌고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등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20도 이상인 열대야를 겪고 있다. 러시아 북극권에서도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기상 전문가는 이번 이상 고온의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환경부의 선임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이번 폭염의 시기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기후변화를 부르는 지구 온난화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 고온의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제트기류 약화로 분석된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평소 대기권을 싸고 도는 제트기류는 성층권 하부에 몰려 있는 북극 한기를 가둬놓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약화된 제트기류는 겨울철 북극 한기를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켜 혹한을, 여름엔 지열을 북극 한기와 순환시키지 못해 폭염을 초래한다.
올 2월 미 텍사스 등 북미 중남부를 꽁꽁 얼린 혹한과 폭설 사태 역시 제트기류 약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여름에는 약해진 제트기류가 북극 한기와 온대 지열을 순환시키지 못한 가운데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지붕’ 역할을 하면서 더운 공기가 한 곳에 갇히는 ‘열돔’ 현상이 나타났다.
고기압 지역에서 발생한 하강 기류는 지상의 더운 공기를 눌러 ‘단열압축’ 효과마저 냈고, 햇빛 차단 역할을 하는 구름마저 없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수십년간 기상학자들이 경고해온 바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70~1980년대부터 기후학자들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더 잦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88년 보고서에서 “수십 년 내에 많은 지역에서 인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기온 변화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