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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임 성폭력에 혼인신고날 극단선택한 여군…동영상 남겼다
선임 부사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마지막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극단선택을 해 유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MBC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공군 모 부대 내에서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 부사관이 부대를 옮긴지 나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해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유족 측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와 회유가 있었다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1일 군 관계자와 MBC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의 공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인 B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B 중사의 압박으로 강제 회식에 참석한 직후였다.

실상은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던 회식을 끝낸 뒤 A 중사는 후임 부사관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B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A 중사는 차에서 곧바로 내려 다음 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틀 뒤에는 두 달여간 청원휴가를 냈고,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이후 불안장애와 불면증 등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A 중사는 결국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부대 관사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모습까지 촬영해 남긴 A 중사의 휴대폰에서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유족 측은 부대 상관들이 피해자에게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냐”며 합의를 종용했고, 가해자 측은 ‘죽어버리겠다’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협박을 했으며, 같은 군인이었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설득해달라는 연락을 했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유족 측은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공군 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족은 “제 딸은 왜 자신의 죽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남기고 떠났겠느냐”며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하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처참하고 참담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는 우리 가족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전동의 100명을 넘어 관리자가 검토 중인 해당 청원은 비공개 상태임에도 1일 오전 10시 기준 15만 1900여 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 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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