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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父 “친구, 티셔츠도 버렸다…의혹 계속 나와”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달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27일 정민씨 실종 당일 한강에서 같이 술을 마신 친구에 대한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증거가 될 수 있는 당일 입은 티셔츠를 신발과 함께 버렸다는 점에서다.

손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전날 입장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은 정민이 엄마가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면서 작성했다”며 “아내는 ‘아이 술 버릇이나 혈중알콜농도’ 부분에 대한 오해가 싫어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입장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성중에도 의혹은 계속 생기더라”며 “(친구가) 신발만 버린 줄 알았는데 티셔츠까지 같이 버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손씨는 전날 발표한 13쪽 분량의 장문의 입장문에서 친구 A씨가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다음 날 신발과 함께 버린 점과 A씨와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한강공원에 도착한 뒤 약 20분간 강 비탈면을 살핀 점, A씨가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부모에게 부탁해 정민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강공원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씨가 오전 4시30분 경 홀로 귀가할 당시, “A씨가 입고있던 티셔츠가 물에 젖은 상태에서 당겨진 것처럼 늘어나 있으나 이 티셔츠가 정민씨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신발과 함께 버려져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실종 당일 착용했던 신발과 티셔츠를 다음날 모두 버렸다는 것은 같이 놀던 친구(정민씨)가 실종돼 새벽에 한강까지 나갔던 A씨의 모친이 사안의 심각성을 몰랐다는 A씨 측 입장문과는 달리, 오히려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

손씨는 경찰이 지난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정민 씨 양말에 묻은 토양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도 한 토질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아무 의미없는 발표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토질전문가는 “육지의 매립토도 아닌 하상(하천 바닥)의 자연 퇴적층은 주변 흙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위치나 유속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상류와 하류를 분리할 수는 있지만 10m 내외의 흙이 주변 흙에 비해서 독특한 토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강변 근처 불과 몇m 이내도 강 안쪽과 토양성분이 비슷한 점성토 등의 성분이 충분히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만일 정말로 10m 이내의 흙은 나오지 않고 딱 10m 부분의 퇴적토만 나왔다면 정민이는 공중으로 날아간거냐”고 반문했다.

특히 “보통 하상 퇴적토를 보면 뻘 같은 성분인데, 강 입구라도 뻘이 있으면 발로 밟으면 물이 흐려지고 발이나 신발, 양말이 쉽게 오염된다”며 “이 부분을 심도있게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손씨가 숨질 당시 신고 있었던 양말에서 채취한 토양 성분과 한강 변 잔디밭, 수면 아래 흙 성분의 비교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강가에서 10m 떨어진 곳 인근의 토양과 유사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 지점의 토양 입자가 빛을 굴절하는 편광 현상의 정도와 알루미늄, 규소, 칼륨 등의 원소 조성비가 표준편차 범위 안에서 유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강변의 흙이나 육지에서 약 5m 떨어진 지점의 토양 성분과는 ‘상이하다’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다만 수중 오염 등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어 사건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회신했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연합]

한편 A씨 측은 손씨 측의 거듭된 의혹 제기에 “A씨 아버지와 정민씨 부모는 친분이 없고, A씨 어머니와 정민씨 어머니가 친분이 있기는 하나 다소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이라 새벽에 편하게 전화하기는 어려운 사이였다”고 지난 17일 입장문에서 해명한 바 있다.

또 “A씨는 만취해 어떤 술을 어느 정도로 마셨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것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밖에 없다”고 했다.

‘구체적 경위를 숨겨왔다’는 지적에는 “A씨와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게 별로 없었기에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A씨가 당시 신었던 신발을 버린 것과 관련해서는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씨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뒀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A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전날 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강력 7개팀 전원을 투입해 A씨를 7번(최면수사 2번 포함), A씨 부모는 3번 조사했으며, A씨 노트북·아이패드, A씨 부모와 누나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아 포렌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A씨와 가족의 전자기기에서 데이터·통화내역·메시지 등이 지워진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실종 당일 사라져 아직 발견되지 않은 A씨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해군 등과 공조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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