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특별채용 의혹,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

특정인 채용 강제한 게 혐의 골자…직권남용 쟁점

블랙리스트 1심, 김은경·신미숙 직권남용 유죄 판단

공수처 수사 자신한 듯…수사 성패는 확정 판결봐야

‘공수처 1호사건’ 조희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로 본 쟁점은
김진욱 공수처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심 끝에 고른 공식 ‘1호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이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1심이 선고된 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구조와 혐의가 유사해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공수처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특채 의혹 사건은 김성문 부장검사팀에서 맡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감사 후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이첩 받아 사건번호 ‘공제1호’를 붙였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특정인 채용을 강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희연 교육감 특채 의혹은 구조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며 “기본적으로 직권남용 성립 여부가 문제인데, 1호 수사를 하는 공수처 입장에선 상당히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재선 후인 2018년 7월 해직교사인 특정인 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담당자들로부터 특별채용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등 반대의견을 여러 차례 보고받자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교육감 비서실 소속 A씨를 채용절차에 관여하도록 했다. A씨는 채용 관련 심사위원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선정했고, 위원들로 하여금 특정인을 염두에 둔 채용이란 점을 안내해 결국 조 교육감이 지정한 5명의 해직교사가 특별채용 됐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공모해 청와대 추천 후보자들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 임명되도록 했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직권남용 유죄를 인정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인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내정자들을 뽑으라고 하면서 현장 지원을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본 판단이다. 임명과 관련해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직권을 남용해 대상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도 앞선 감사원 감사에 비춰 비교적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사 사건이라 해도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른데다 법원의 직권남용 인정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1호 사건 수사의 성패는 최종 확정 판결이 나야 알 수 있다. 조 교육감 측은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일 뿐 직권남용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의 경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달리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특정인을 채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또 다른 주요 혐의는 환경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공공기관 임원 당사자들에게 사표를 일괄적으로 받은 혐의에 직권남용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 부분 혐의와 관련해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선 실행행위 분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