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硏 최종원 박사팀, 세계 최초 물방울 이용 공기청정기술 개발
- 초미세먼지, 부유세균,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제거 성능 탁월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물방울을 이용해 지하철 역사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초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에너지효율연구본부 최종원 박사 연구팀이 물의 정전분무를 이용한 고효율의 공기청정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지하철 역사 내 미세먼지의 농도는 대기에서 측정된 농도보다 1.5∼5배 정도 높게 측정되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 또 현재 곰팡이나 박테리아와 같은 부유 세균과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 농도에 관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불특정 다수의 이용객들이 바이러스, 세균 등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종원 박사 연구팀은 효과적인 공기질 관리를 위해 물에 고전압을 걸어 초미세먼지, 부유세균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3-in-1으로 동시에 저감시킬 수 있는 정전 분무 방식의 차세대 공기청정 기술을 개발하고, 서울교통공사 5호선 장한평 역사 내에서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 일반적으로 주사기 바늘에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하면 물방울은 표면장력에 의해 방울 방울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바늘에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물 분자 사이의 전기적 척력에 의해 바늘 끝에서 높은 하전을 띈 수백만 개 이상의 작은 물 액적들이 서로 밀어내며 분사된다. 이를 정전분무라 하며,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데 있어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물을 이용한 공기청정 기술은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해야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었던 반면, 정전분무를 이용한 공기청정 기술은 직접 충돌과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간접충돌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높은 효율로 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산업용 사이클론 집진기 내부에 정전분무 모듈을 삽입한 정전분무 사이클론으로 보령화력발전소 굴뚝 설비에 적용해 높은 집진 효율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진은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의 본질을 이용한 정전분무 기술로 초미세먼지의 집진, 부유세균의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산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지하철 역사만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미세먼지의 물성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집진 기술을 적용했다. 만일 정전분무를 이용한 집진 시 철 입자까지도 물로 포집한 후 그 물을 재순환시켜 이용하게 되면 부식에 의한 수질 오염의 우려가 있다. 이에 다수의 구리 코일을 공기청정기 입구에 배치해 코일 주변에 유도 자기장을 발생시켜 1차적으로 철 미세입자를 포집했으며, 2차적으로 고하전 물 액적에 의해 철 입자를 제외한 미세먼지를 포집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 지하철 플랫폼 내에서 3-in-1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확인한 결과,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는 최대 98%까지 제거할 수 있었으며, 30 CMM(m3/min) 규모 처리 능력이 있는 정전분무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했을 때 역사의 플랫폼 공간 중 약 80평에 해당하는 면적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스크린 도어, 계단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반 밀폐된 구조의 지하철 플랫폼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수치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전분무 시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수 및 오존수에 의해 총 부유세균은 99.9% 이상,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가 지니고 있는 높은 차압에 따른 팬 소모동력 증가 및 주기적인 필터의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단순히 물의 보충 및 저가의 물필터의 교체가 유지보수의 전부인 편리한 실내 공기질 관리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높고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원 박사는 “지하철, 지하상가 등 반밀폐형 공간의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해 집진, 살균, TVOCs 산화 설비를 각각 설치하는 것은 설치비용, 유지보수 비용 및 공간적 제약 등 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이용한 전분무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 어린이집, 학교, 병원, 백화점, 군부대, 종교시설 등과 같은 다중 이용시설의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공기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