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직경이 수km에 달하는 거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시나리오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소행성 충돌은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은 아니다.
피해 규모, 특히 장기적 관점의 피해까지 감안한다면 카리나 대성운 주변처럼 은하계 저편에 있는 거대한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지구가 갇혀버리는 것처럼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먼지 구름은 수소가스, 작은 유기입자, 광물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폭이 대략 150광년이나 된다. 이는 우리 태양계가 먼지 구름속에서 완전하게 빠져나오는데 무려 10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파블로브 미국 애리조나대학 박사는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될 경우 먼지가 대기권에 축적되면서 태양에서 오는 모든 빛을 차단하게 된다”며 “그 결과 바다가 얼어붙고 식물이 멸종하는 등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빙하기에 대비하기 위해 노아의방주와 같은 지하저장고를 만들 필요는 없다. 최소한 4000만년 동안은 지구가 이 먼지 구름을 만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해야할 재앙의 불씨는 바로 지구안에 숨어있다. 바로 수중 화산이다. 파블로브 박사는 “거대 수중화산이 폭발하면 대량의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낸다”며 “이는 자칫 우주의 미립자 먼지 구름 속에 갇히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 세계 과학자들은 2억 5천만년 전 지구상 해양 및 육상생물을 사멸시킨 대멸종의 원인이 수중 화산 폭박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단지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더라도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다. 극소수지만 일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은 이 같은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