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송모(28) 씨는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쓰레기부터 걱정된다. 1인분을 주문해도 반찬·소스까지 더해 플라스틱 용기가 4~5개는 기본으로 온다. 족발 같은 음식을 시킬 때면 쓰레기만 10개에 달하기도 한다. 뒤처리 및 재활용도 쉽지 않다. 물로 씻어 버리지만 고추장이나 기름때가 묻어 재활용이 될지도 의문이다.
4월 22일은 51번째 ‘지구의 날’이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로, 특히 최근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포장 주문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스티로폼 등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배달업계는 친환경 용기 제작, 일회용품 거절 버튼 등 다양한 강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수백만개씩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20일 배달의민족 사옥 앞에서 ‘일회용 배달쓰레기 없는 배달을 선택할 권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배달앱의 더욱 적극적인 대책과 책임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현재 배민 주문 시 고를 수 있는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외에도 다회용기를 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손님이 포장 주문한 음식을 가게에 받으러 갈 때 용기를 지참하면 할인해주고, 이를 배달앱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배달음식이 매일 270만건가량 주문되면서 하루 최소 830만개의 일회용 배달용기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증가한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은 크게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선별시설에서 처리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923t으로, 전년(776t) 대비 1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는 14.4% 늘었다.
소비자들에게도 배달음식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민 4명 중 3명이 “배달쓰레기를 버릴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메인 음식을 담는 용기와 밥·반찬·소스 등을 고려하면 한 끼에만 평균 4~5개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족발이나 보쌈 등 부가적인 메뉴가 많은 음식이라면 최대 10개가량의 쓰레기는 기본이다. “먹고 나니 음식보다 쓰레기가 많다”는 한탄도 나온다.
뒤처리도 문제다. 상당수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이 압축 포장된 형태가 많다. 이는 재활용 및 분리수거를 어렵게 한다. 비닐이 깨끗하게 제거되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음식찌꺼기가 남아 있는 용기는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실제 재활용되기 어렵다.
배달업계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옵션을 도입했다. 또한 자사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에서 친환경 포장용기를 판매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환경부와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요기요는 반찬 포함 여부를 주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요청사항에 ‘단무지·치킨무·반찬류 안 주셔도 돼요’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매일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수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회용기를 사용하거나 배달앱에서 배달용기를 다시 수거해가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위생 문제, 비용 문제 등 여러 장애물이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난관이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