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지검, ‘피소 유출 의혹’ 수사결과 모두 무혐의 가닥
포렌식 등 통화 내역 확인 결과, 청와대·경찰 흘러가지 않아
박 전 시장, 실제 고소 여부 모른채 사안 듣고 인터넷 검색
주위에 ‘이전 문자메시지 문제삼으면 문제될 수 있다’ 언급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검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신에 대한 고소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택했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공무상 기밀을 누출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다만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이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주위에 언급하고, 독극물 종류를 검색하는 등 사전에 성추행 논란을 의식한 듯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임종필)는 시민단체들이 지난 7월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욱준 4차장 검사,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과 경찰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결론냈다.
검찰은 혐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주요 참고인 진술을 들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 7월 8일 이미 인터넷으로 독극물 관련 검색을 하고, 자신에 대한 관련 기사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자신에 대한 실제 고소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고소될지 모른다’는 사실만 전해 듣고서 혼자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4월 사건은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성폭행 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낸 것은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사실이 청와대나 경찰로 흘러간 정황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및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 등을 확인했고, ‘여성단체→남인순 국회의원실→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박원순 전 시장’으로 내용이 전달된 것을 파악했다.
검찰은 한국여성연합 측을 통해 사건을 들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8일 임 전 특보에게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임 전 젠더특보는 ‘한국여성연합’ 측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해 문제삼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해들었고,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박 전 시장에게 ‘실수한 것이 있는지’ 등을 물으며 여성단체가 사건을 공론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하기 직전이다.
전날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어제 경찰 발표 내용을 보면 도대체 왜 그 분이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 문제로 돌아간다”며 “그래서 사망의 동기 부분을 얘기해주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하는 의무인데 사망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