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노후화지수 평균 82%

구조물 34% 등 내용연수 경과

관련정비·재투자 시급한 현실

잇단 수질사고에 개선대책 발표

재원 부분은 빠져 실효성 의문

상수도료 현실화율 상향 등 필요

서울 정수센터 3곳 30년 넘어…투자없인 아리수 안전도 흐려진다
지난 1986년 건설돼 사용연한을 넘겨 노후화 한 암사정수센터 오니처리장. 서둘러 시설투자를 하지 않으면 서울 수돗물인 아리수의 안전도 보장할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제공]

붉은 수돗물, 수돗물 유충….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수질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크게는 정수장부터 공급과정에 이르는 전반적인 ‘시설물의 노후화’다.

서울시도 시설물 노후화 지수가 82.1%에 달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수질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수돗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후한 시설에 대한 정비 및 재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상수도 시설물 126개 중 36개 내용연수 넘겨 사용=서울시가 운영하는 6개의 정수센터 중 광암(1981), 구의(1984), 암사정수센터(1986)는 표준시설 준공 후 30년이 지났고 이외의 정수센터도 시설 노후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상수도 시설물의 노후화지수는 평균 82.1%에 달했다.

조사 결과 구조물의 34%(14개)와 기전설비의 26%(22개)는 내용연수을 경과해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모두 수돗물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설들로 교체 및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6년 준공 모습 그대로…암사센터 노후 심각=6개 정수센터 중 암사정수센터는 노후가 특히 심각하다. 1986년 준공된 암사정수센터는 서울시의 하루 평균 수돗물 생산량 317만 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2만 톤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준공 이후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크게 시설투자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정수센터 곳곳에 노후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수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취수장, 침전지, 여과지, 정수지 및 배출수처리시설까지 모두 35년 이상 사용 중이다. 86년 준공 당시의 시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정수센터에는 내용연수를 넘겨 사용 중인 설비들이 많아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구조물의 기준 내용연수는 보통 30년인데 5년에서 10년 이상 경과한 침전지, 여과지, 정수지, 배출수처리시설 등이 많다”고 했다.

▶노후시설 정비 및 정수센터 재건설에 7000억 소요 예상=상수도사업본부는 현재 추진 중인 ‘2040수도정비기본계획’의 검토 결과를 근거로 정수센터 재건설 및 노후 시설 정비에 7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했다.

상수도 관계자는 “노후도가 심각한 암사정수센터를 비롯한 정수센터 재건설 등 생산시설의 정비가 시급하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수도 요금인상안대로라면 1인당 한 달에 약 440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지만, 이를 통해 모인 재원으로 6개의 정수센터를 체계적으로 수선해 더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로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노후관 정비는 끝나…정수시설 투자 시작해야=한강물이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상수도 시설을 거친다. 취수, 정수, 배수, 급수의 과정 중 그동안 시민들의 관심은 급수, 즉 ‘수도관’에 있었다. 낡은 수도관은 수돗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서울시는 1984년부터 녹에 취약한 급수관 정비 사업을 통해 1세대 노후관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 전체 수도관 1만3,504㎞중 99.5%에 해당하는 1만3438㎞를 정비 완료했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만 모두 3조 5000억 원이다.

이제 서울시 1세대 수도관 정비는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2세대 노후관 및 낡은 정수시설 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 상수도 재정 구조상 한정된 재원을 상대적으로 1세대 노후관 교체 사업에 집중하다보니 정수센터에 대한 투자가 어려웠다는 것이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급수수익에 90%↑ 의존, 요금현실화율 높여야=문제는 7000억 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서울시 직영공기업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요금현실화율이 낮을수록 생산원가와 판매단가 차이로 인한 적자를 차입금에 의존해 갈수록 부채가 누적되는 구조다. 매년 약 1500억 원 내외의 요금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공기업 목적 이외의 경비인 공공목적의 수도요금 감면은 해당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도록 법률상 강제규정으로 돼 있음에도 2009년부터 미 보전되어 1095억 원에 달하는 부채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상수도는 재정 구조상 재원의 90% 이상을 급수수익에 의존한다. 적정한 요금인상 없이는 적기에 노후관 교체, 정수장 재건설 등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수질사고는 다름 아닌 시민불편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도 각 지자체마다 90% 이상의 상수도 요금현실화율을 유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재원 마련 방법 없는 개선대책은 실효성 없어=연이은 수질사고에 환경부 및 서울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는 정수센터 시설물과 인력 개선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소요되는 ‘재원’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발표된 적이 없다.

수돗물의 문제는 곧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먹는 물의 문제인 만큼 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 마련이 시급하다. 국가가 나서서 국비 보조로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각 지자체가 요금현실화율을 높여 사용자 부담 원칙을 세울 것인가. 시설 노후화로 수질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이제는 선택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수돗물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돈은 ‘요금’이다. ‘요금’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지불하는 비용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과는 다르다. 국비 보조의 필요성에도 공감하지만, 상수도 요금현실화율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