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관리로 담보설정 한계

추후 상품화 다시 검토키로

유동화 가능한 DC·IRP 가입↑

중도인출 제한 강화도 추진

[단독] 퇴직연금 담보대출, DB형 제외…중도인출 억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르면 연내 출시될 퇴직연금 담보대출상품에서 확정급여형(DB)이 제외된다.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도 제한 등 중도 인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관련 고시를 개정해 퇴직연금 담보대출상품을 출시한 후 법 개정을 통해 중도 인출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봤거나 휴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근로자가 퇴직연금 수급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실제 대출상품 출시를 놓고 은행권과 논의 중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퇴직연금 유형별로 구체적인 대출 취급계획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은행권은 DB형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근로자가 퇴직 시 받을 퇴직급여가 확정돼 있는 DB형은 특정 법인 소속 근로자 전체의 적립금이 한 계좌로 관리돼 개인별 담보액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대출 취급 과정에서 구체적인 담보권을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은행권은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퇴직연금 해지나 중도 인출이 급증하고 있어 수급권을 보장할 필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일단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한해 추진하고 추후 DB형 상품 출시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DB형은 당장 대출상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지만 DB형 가입자도 급히 돈이 필요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기에 추가적인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도 인출이 가능한 DC, IRP형 가입 규모는 늘어나는 반면 중도 인출이 막힌 DB형 가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5대 시중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DB형 퇴적립금은 지난해 4분기 40조8089억원에서 올해 3분기 39조9511억원으로 2.10% 줄었지만, DC형과 개인형 IRP형은 각각 5.40%, 23.02% 증가했다. 국회 한경노동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DC형 중도 인출금액이 지난 2016년 1조2318억원에서 2018년 2조5808억원으로 늘었다.

고용부는 퇴직연금 담보대출과 별도로 중도 인출 억제 방안도 추진한다. 담보대출을 통해 퇴직연금의 유동성을 높인 만큼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수급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 인출 허용 범위를 좁히고, 인출 한도도 전액에서 필요한 규모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퇴직연금상품은) 노후 생활보장 차원에서 중도 인출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