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이고 세수 확보” vs “저감 효과 없이 세 부담만”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시민단체와 여당 일각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경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에 따른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현실적으로 크지 않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현시점에서 경유세 인상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면서 "(경유세 인상을)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경유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저감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내용이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세금을 올려 경유 소비량을 줄임으로써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경유차는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경유차는 도로이동 오염원 중 미세먼지 배출량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도 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큰 노후 경유차의 감축을 유도한 바 있다.
그러나 경유 사용 비중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수송용 연료 소비에서 경유가 차지한 비율은 45.7%로 휘발유(22.5%)의 두 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전환포럼은 경유세를 인상하면 미세먼지를 줄이고 세수도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및 유가보조금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마련해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차에 부과하는 유류세가 휘발유의 120%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2016년 대비 최대 7.4% 감소하고, 경유 세입은 2018년 대비 최대 10조2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경유세 인상에 상당한 무게를 둔 의견이 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에 제출된 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향후 해당 보고서를 포함해 관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내달 중 경유·휘발유 등 자동차 연료 가격의 조정을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여당에서도 관련 논의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환경 피해 비용이나 교통 혼잡 비용 등을 반영한 각 연료의 사회적 비용을 보면 경유가 가장 큰데 세율은 경유보다 휘발유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가 보조금 지급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송용 에너지세율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사실상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유세 인상에 따른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용 화물자동차 운송업자의 경우 유류세 인상분에 대해 유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유류세를 올려서 경유차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유세 인상 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는다는 점 또한 문제다. 예컨대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고 사업자등록도 없는 트럭 행상의 경우 경유세 인상으로 직격타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유세를 올리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세금만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