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비대면 소비’ 급증

음식용기·택배박스·충전재…

생활 곳곳마다 재활용품 천지

넘쳐나는 마스크도 골칫거리

플라스틱 사용 안하기 운동을

재활용품 산더미…‘쓰레기 팬데믹’ 시대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재활용품 산더미…‘쓰레기 팬데믹’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쓰레기 팬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일회용기 및 포장 쓰레기가 늘어난 영향이다. 배달 음식 일회용기, 택배 박스, 포장 충전재, 마스크 등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활 속에 침투한 쓰레기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재활용 쓰레기 문제, 기업·소비자 모두 책임”=8일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류, 비닐류, 플라스틱류, 발포수지류 등 일회용품 중 ‘재활용 가능 자원’ 배출량은 올해 상반기 하루 공공시설 처리량 기준인 5000t을 넘겼다. 매일 5439t가량의 재활용 가능 자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는 1일 기준 4889여 t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약 11.2% 늘어난 것이다.

총 배출량은 6월 기준으로만 1년 사이 17.8% 증가했다. 이마저도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들을 제외한 소극적 수치다.

재활용선별장 운영업체와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 역시 재활용 쓰레기가 예년보다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배달음식 일회용기 등 질이 좋지 않은 플라스틱 배출과 유가 하락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처치 곤란 상황에 이르렀다”며 아우성이다.

이날 오전 방문한 서울 용산구 용산구재활용선별장(이하 선별장). 선별장 입구에는 분류 과정을 거쳐 나온 쓰레기가 약 4m 높이로 농구장 두개 크기 만한 공간에 쌓여져 있었다. 선별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올 1월 하루에 45t이 들어오던 재활용 쓰레기가 8월 사회적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 시점부터 65t까지 치솟았다”며 “문제는 배달음식 용기 비율이 높아지면서 음식물을 섞여들어가는 사례가 많아 재활용 플라스틱 선별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발표된 서울디지털재단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올해 1월과 비교해 2월 이후 월평균 배달음식 주문빈도는 약 40% 증가했다. 배달음식 포장용기는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로 전락했다.

선별장 관리자인 이우선씨도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함 세 개가 매일같이 꽉 차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음식 주문이 폭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대로 행구지 않거나 치킨 뼈 등을 버리면 처리가 더뎌질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선별장 운영 적자만 한달에 2000만원”이라고 했다. 이어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65t 중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비율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분류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또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가까지 하락하자 폐플라스틱을 선별해 재활용하는 비용보다 새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비용이 더 싸진 것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일조했다.

경기 양주시에서 재활용 수집 운반일을 하는 김모(37)씨는 “플라스틱 재가공·수출도 막히니 재활용 플라스틱 처리를 못해 지자체가 매립하기도 한다”며 “그런데도 재활용 쓰레기를 적출할 곳이 부족해 수도권에 야적장 몇 군데가 생겼지만 한 달도 안돼서 대부분 다 찼다고 들었다”고 했다.

시민들 역시 언택트 소비가 낳은 재활용 플라스틱 문제를 우려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23)씨는 “지난달에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만 있으니 ‘냉동 도시락’을 30팩씩 주문했다. 택배에서 나오는 아이스팩이며 도시락 플라스틱등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나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죄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시민들은 재활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달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재활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 주체의 중요도(책임)를 묻는 설문에서 기업을 4.69점으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이어 ▷소비자(46.1점) ▷자영업자(4.48점) ▷중앙정부(4.45점) ▷음식배달업체(4.41점) ▷지자체(4.31좀) 등의 순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중국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그릇을 수거해 놓던 문화를 코로나19가 급격히 바꿔놓았다”며 “재활용 쓰레기 처리 비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만이 코로나19로 늘어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안 쓸 수 없으니 플라스틱 줄여야”=코로나 19 여파로 일회용 마스크·포장 용기 등 사용이 증가하며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도 늘어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분리배출뿐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책임자에 부담을 지우고 자원순환 과정을 공공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마스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주 생산되는 마스크는 2억장을 웃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달 약 2000억개 가까운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크는 부직포 등 다양한 형태로 혼합됐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용기 재료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재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단일 소재로 이뤄져야 ‘물질 재활용’이 가능한데 마스크를 재활용해 다시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마스크를 분리 배출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

환경단체들은 마스크 사용을 줄일 수는 없으니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플라스틱 사용 안하기”라고 강조했다. 신주희·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