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건강한 공동주택 실내공기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미세먼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다양한 공기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실내공간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특히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 공간에 대한 환경 조건이 더욱 중요한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집이라는 주거공간은 외부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튼튼해야 하고, 따뜻하고 시원하게 유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성능이 중요했다. 최근에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기술 발달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쾌적·건강·스마트기술 등 다양한 추가 성능이 요구되고 있다.

실내공기 환경은 건강과 직결해 있는 주요 관리 항목으로, 2000년대 초 ‘새집 증후군’이라는 이슈로 그 중요성이 대두됐다. 실내의 다양한 건축자재·가구·전자제품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폼알데하이드 등의 화학물질에 대한 오염원 관리가 법적 사항으로 반영됐다. 공동주택의 경우 친환경 자재 사용과 환기장치 의무화를 통해 실내공기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실내공기 오염물질 종류 증가, 외부 공기 미세먼지 증가 등 내·외부 공기질의 상태 변화로 기존 오염원의 제거와 외부 깨끗한 공기 유입을 통한 환기라는 가장 쉬운 해결 방안에 문제가 생겼다.

집은 공간적으로 외부(환경·사람)와의 분리를 통해 통제 가능한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폭염이 있는 날, 감염병이 확산할 때 등 많은 경우 사람들에게 주거공간에 있기를 권장하고 있다. 분명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타 공간에 비해 안전하다. 그러나 “단순히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 답을 확신할 수 없다.

가구 내 다양한 오염물질이 다양한 경로로 실내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음식 조리 등 실내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가구 및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폼알데하이드, 자연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부유 세균, 라돈 등 다양한 오염원이 있다. 창문 틈, 벽 틈, 배관 등을 통해 타 가구와 연결돼 있어 다양한 경로로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

이처럼 실내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이 많아, 오염원과 오염물질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활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환경 관련 상태를 확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에서 실내환경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환기(자연·기계)와 공기 청정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은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외부에 비해 60% 정도의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이때 공기청정기를 30분 정도 가동한다면 미세먼지 예보 등급 ‘보통’ 수준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 3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를 유지할 수 있다. 화장실 사용 시 환기팬 작동, 요리 시 주방후드 작동, 하루 1, 2회 정도의 환기 등 기본적인 환기장치만 가동한다면 공기질 개선, 결로 발생 저감 등 실내공기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거주자가 공간에 대한 환경 상태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장치를 사용해 전문적인 실내환경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실제 거주자들은 관련 장치들의 설치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있으며, 사용 빈도도 낮은 실정이다.

건강한 실내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시 제공되는 시설에 대한 사용 방법 및 사용 조건에 대한 적극적 안내와 사용자 교육을 통해 거주자 스스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건설되는 공동주택에서는 기본적인 냉·난방기 환기장치와 공기청정기 등 추가 장치가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공급해 누구나 건강한 실내환경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길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