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 민승기·유영희 교수, 빅데이터 이용 대중 대기질 인지 분석

“미세먼지 농도 낮아졌지만 실제 체감도는 높다”
대기질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경험 모델에 의해 시뮬레이션 된 대기질이 나쁘다고 인식한 날의 수. 예) 2013년 11월부터 2014년 5월 사이에 모델로부터 추정된 대중이 대기질이 나쁘다고 인식한 날은 40일이다.[포스텍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실제 대중들은 대기질이 매우 나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유영희 연구교수팀은 구글과 네이버에서 검색한 검색량 데이터를 이용해 대중이 어떻게 대기질의 심각도를 인지하고 있는지, 또 실제 관측된 대기오염 농도와 어떻게 다른지를 밝혀냈다고 22일 밝혔다.

지금까지 대기질 인지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대부분 설문조사를를 통한 조사연구로 표본 집단의 크기 및 성격에 제약을 받았다. 또한 실시간으로 이를 진행할 수 없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례에 대해 대중의 대기질에 대한 인지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 대기오염물질 PM10(이하 미세먼지) 농도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대중이 체감하는 대기질은 이 추세를 반드시 따르지 않는다. 사실 2012년 이전 미세먼지라는 단어는 대중에게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13년 겨울철에서 2014년 봄철 사이에 미세먼지 검색량 데이터가 갑자기 증가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검색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세먼지 농도, 가시거리, 망각의 쇠퇴 이론을 적용하여 대중의 대기질 인지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했다.

그 결과 대기질 인지도는 미세먼지 농도뿐만 아니라 가시거리, 과거 경험에 기반한 기억의 쇠퇴 지수, 그리고 며칠간 기억한 대기질 인지도를 누적한 값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중이 체감하는 대기질은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와 가시거리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경험한 대기질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나쁜 대기질이 며칠 동안 지속되는 상황이면 대중은 대기질이 매우 나쁘다고 인지할 수 있다.

특히 2014년 2월 하순에 7일 동안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를 기점으로 대중의 대기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대기질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과거에 대해 경험 모형을 적용한 결과, 대중이 인지하는 대기질은 2013~2014년에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3~2014년에 관측된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실제로 그리 높지 않았다. 이는 대기질에 대한 인식이 낮았을 때 대중은 감각적 정보인 가시거리에 더 의존해 대기질을 가늠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사례 이후 대기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대중은 가시거리보다 관측된 미세먼지 지수에 더 기반해 대기질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대중이 느끼는 미세먼지 심각도가 실제 관측된 농도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하는 대기질 역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기질을 나쁘게 느끼면 우울감 상승, 천식 증상 악화 등 심리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영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대중의 미세먼지 인지도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여러 날에 걸쳐 대기질이 나쁠 것으로 예상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최신호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