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장마기 시작된 6월 24일부터 10일 현재까지 48일째 비가 이어지고 있다. 역대 가장 긴 장마는 2013년에 기록한 49일이다.
이번주 말까지 장맛비가 예상된다고 하니 그 기록을 넘어설 게 거의 확실하다. 이로 인한 피해도 역대급이다. 9일까지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돼 2011년 78명 사망 실종 이후 9년만에 가장 크다.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 등 많은 비로 하천이 범람하고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재산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10일 5호태풍 ‘장미’가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폭우와 폭설,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막아낼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하늘만 원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면 그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정확한 기상예보가 절대 요구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일기와 관련한 우리 기상 당국의 예보 역량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역대급 장마와 그 피해가 기상 예보 역량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최악의 무더위’ 예보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장기 예보를 했다. 하지만 예보는 사실상 보기 좋게 빗나갔다. 7월 한 달만 해도 예년보다 평균기온이 1도 이상 높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도가량 낮았다. 폭우 예보도 정확도가 떨어져 이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5일 오전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지방에 큰비가 집중된다고 예보했으나 정작 피해는 강원 고성 철원 쪽으로 집중됐다. 그러니 기상청이 아니라 ‘기상뒷북청’이니 ‘기상중계청’이니 하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이다.
기상청은 북극 주변에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그 여파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빈발해 정확한 예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인 셈이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어떻게든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예보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그동안 기상청은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고 초고가의 슈퍼컴퓨터를 갖췄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다. 기상 예보는 우리 일상과 직결돼 있다. 재난 대비는 물론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기상 당국의 각성과 배전의 노력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