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9일간 장마’ 1973년 집계 이후 최장

전북 순창 하루 동안 353.5㎜ ‘물폭탄’

2011년 피해 후 9년 만에 최악의 피해

주말 13명 사망자 중 9명이 산사태로 희생

‘최장·최다·최악’ 역대급 올 장마…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발생 닷새째인 10일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등선폭포 인근 북한강 변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를 발견해 수습하고 있다. 경찰 신원 확인 결과 춘천시청 A(32) 주무관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오전 의암댐 인근에서 인공 수초섬을 고정 작업하던 선박 3척이 전복되는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연합]
‘최장·최다·최악’ 역대급 올 장마…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역대 최장 장마로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장마 기간은 50일을 넘어갈 전망이다. 집중폭우에 따른 사망자는 30명을 넘어섰다. 7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집을 잃었다. 특히 산사태에 따른 인명피해가 많았다. 당국은 ‘우면산 산사태 이후 9년 만에 위기 경보 최고 단계인 ‘산사태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제주는 이미 역대급 장마…중부지방도 시간문제=제주는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지속돼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 기간을 기록했다. 이전 제주의 최장 장마 기록은 1998년 47일이었다.

중부지방 장마도 지난 6월 24일부터 10일까지 48일째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역대 최장 기록은 49일간 이어진 2013년 장마다. 기상청은 이번주 주말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부지방에 내린 비가 역대 최장으로 기록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장마기간 동안 전국에 최고 300~500㎜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한 지역도 있다. 전북 순창면에서는 지난 8일 하루동안(0~오후 6시 기준) 353.5㎜가 쏟아졌다. 순창군 풍산면에 내린 비의 양은 1918년 전북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2011년 8월 9일 전북 정읍에서는 420㎜의 비가 내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 31명·실종 13명…인명·재산 피해도 역대급=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집중폭우에 따른 희생자는 31명이다. 13명은 실종돼 생사가 불분명하다.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재해다. 사망자는 서울 1명, 경기 8명, 강원 1명, 충북 7명, 충남 1명, 전남 8명, 경남 1명, 전북 3명, 광주 1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는 수도권, 중부, 호남 지역에 집중됐다.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사망 3명·실종 3명) 등의 수난 사고 피해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 전남 지역에서 희생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난 7~8일 이틀간 섬진강, 영산강 인접 지역에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폭우로 낙동강과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다. 곡성군 오산면에서는 폭우로 5명이 숨지는 등 주말 사이 전남 지역에서 총 13명이 사망했다.

재산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까지 주택 4148건 등 1만4091건의 시설물이 폭우로 피해를 봤다. 이재민은 총 4023세대 6946명이 발생했다. 광주에는 주말사이 400㎜가 넘는 비가 내려, 지역내 사설 납골당이 침수되는 일도 있었다. 이 납골당에는 1800기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지난 8~9일 유골함을 수습해 가기도 했다.

▶사망자중 산사태로 인한 피해 가장 커=지난 주말 사이 숨진 13명 중 9명이 산사태로 희생됐다. 지난 7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 토사가 무너져 주택 5채가 매몰되면서 5명이 숨졌고, 8일 전북 장수군에서도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2명이 사망했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발생한 31명의 사망자 중 산사태로 인한 희생이 가장 크다. 숨진 사람 중 16명이 밀려드는 토사로 변을 당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에서는 흙더미가 반도체장비 부품공장의 임시 건물을 덮쳐 작업장에 있던 차모(36)씨 등 3명이 숨졌다. 같은 날 경기 가평의 한 펜션 목조건물로 흙더미가 덮쳐 3명이 사망했다. 지난 2일 경기 안성에서는 최모(59)씨가 양계장 내 주거용 건물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리면서 숨졌다. 충북 충주에서는 윤모(77·여)씨가 토사가 집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충북 제천에서도 캠핑하던 홍모(43) 씨가 산사태로 사망했다.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산림청은 지난 8일 오전 12시를 기준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가장 높은 수준인 ‘산사태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위기 경보는 단계별로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산사태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발령된 것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이번 호우로 인한 산사태는 총 668건이 발생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