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표온도, 전 지구 평균에 비해 빠르게 상승
한반도 벼 생산성 25%↓·사과 재배지도 사라질듯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온실가스를 현재 추세대로 계속 배출할 경우 21세기 말 폭 염일수가 현재에 비해 3.5배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 사과를 생산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28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2014∼2020년 발표된 19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분석·평가해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동향과 전망을 집대성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1880∼2012년 사이 전(全)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가 0.85도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사이 1.8도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시기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더 짧은 기간 온도가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980년대 12.2도 ▷1990년대 12.6도 ▷2000년대 12.8도 ▷2011∼2017년 13.0도로 꾸준히 올라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1970년대 이후 한반도 폭염 일수는 10년간 0.89일씩 증가했고, 여름철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발생 일수는 이보다 많은 0.96일씩 늘어났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봄철 이상고온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여름철 폭염이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양 표면 수온은 1984∼2013년 연간 0.024도 올라갔다. 해수면도 1989∼2017년 연간 2.9㎜ 상승했다. 해역별로 보면 연간 기준 ▷서해안 2.07㎜ ▷남해안 2.41㎜ ▷동해안 3.7㎜ ▷제주 부근 4.44㎜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수온 양극화 등 해양의 극한 현상이 출현하는 빈도도 늘었다. 2월 저수온은 1990년대 10년 중 1년에서 2010∼2018년 9년 중 7년으로, 8월 고수온은 1990년대 10년 중 5년에서 2010∼2018년 9년 중 7년으로 증가했다.
1980∼2015년 늦겨울(2월)·초봄(3∼4월)·초가을(9월)은 가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1912∼2017 여름철 집중호우(하루 80㎜ 이상)의 경우 10년간 일수는 0.07일, 강수량은 7.54㎜ 늘었다.
1970년대 이후 한반도 주변의 태풍 빈도와 강도 역시 모두 증가했다. 1912∼2017년 연평균 강수량은 전반적으로 많아졌지만, 여름철 강수량의 증가 경향이 뚜렷한 것과 달리 다른 계절에는 그 변화 경향이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의 지표면 온도가 2.9∼4.7도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경우’인 대표농도경로(RCP) 2.6부터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인 RCP 8.5까지 4가지로 나눴다.
강수량은 3.3∼13.1%, 평균 해수면은 37.8∼65.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면의 경우 RCP 8.5를 제외하고 지구 평균(40.7∼63.3㎝)보다 근소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생태계 분포, 종, 재배 작물에 변화를 주고 질병 발생을 높이는 등 사회 전 부문에 영향으로 미친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폭염 일수는 현재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 35.5일로 3.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90년 벚꽃 개화 시기는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고, 2080년대 소나무숲은 지금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 재배지는 사라질 수 있다.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식물의 생육 개시일은 10년에 2.7일씩 앞당겨지고 낙엽 시기는 1.4일씩 늦어져 총 생육 기간이 4.2일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극한 현상의 원인과 특성은 매우 다양하다”며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과학적 근거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