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산업‧기술 특성 반영 못해…재검토 필요 강조

산업연구원, 제조업 최대 44% 생산 감소 우려

[헤럴드경제 = 이정환 기자] 정부가 올해 말까지 국제연합(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 절차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올 2월 민간포럼이 발표한 권고안대로 확정될 경우 최대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토론회는 올 2월 민간포럼이 발표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권고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간포럼은 지난 2019년 환경부가 민간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구성해 운영한 단체다.

민간포럼은 2017년 대비 1안 75%, 2안 69%, 3안 61%, 4안 50%, 5안 40% 감축하는 5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산업계는 민간포럼의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고용감소 유발 효과는 30년 후에 최대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감축수단이 대안없이 시행될 경우 제조업 생산을 최대 44%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 전문가들은 민간포럼 권고안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현실과 감축수단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이미 2050 LEDS를 제출한 유럽연합과 일본은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각각 5%, 10%의 온실가스만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민간포럼 권고안에서는 45%까지 줄이겠다고 제시했다”며 “감축수단에 대한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민간포럼 권고안에서 제시한 석유화학 업종의 핵심 감축수단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라며 “그러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정과 에너지가 필요해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국내 기업의 위축이나 폐업을 의미한다”며 “5가지 권고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고용감소유발효과는 최소 86만명에서 최대 13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