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잠행’ 주호영, 이르면 이주 복귀
상임위 전석 포기 등 ‘강경 카드’ 고심
“與, 앞으로 위법행위 계속 저지를 것”
“민주주의 파괴…믿을 것은 국민 밖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전례없는 방식의 대응을 시사했다.
이르면 이번주 내 국회 복귀 가능성을 말한 주 원내대표는 돌아오는 즉시 국회 상임위원장직 전석 포기 선언, 민주당에 ‘야당 탓’을 할 수 없는 책임정치 환경 조성 등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6일부터 전국 사찰을 돌고 있는 주 원내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이)전례 없는 일을 저질러 놨으니, 우리도 전례없는 방식으로 대응하자’고 했다”며 “전례 없는 방식이 무엇인지는 사안마다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권력 견제장치가 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등 국회 6개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상임위 전석 포기 등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김 위원장과 만났다.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상임위원장을 놓고 협상하지 말고 민주당이 다 가져가게 하고, 그렇더라도 우리 상임위원들은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하자”는 말을 듣고 인식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사찰을 찾은 초선 의원 3명(박형수·이용·하영제)도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장 18석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더라도 초선 의원들은 의정 활동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주 원내대표가 말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무릎을 탁 칠만한 생각은 잘 없다”며 “현재 정국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을 놓고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역대 20차례에 걸친 국회 개원에서 일방적인 개원이 없었던 것은 법적으로 이를 막는 장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박 의장과 민주당은)이런 대목들을 모두 무시했다”며 “의회 민주주의, 우리나라 민주주의, 삼권분립이 모두 파괴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면 뒤로 갈 수 없으니, 앞으로도 못할 짓을 저지르며 계속해서 위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는 믿을 곳은 국민밖에 없다”며 “국민이 부정한 일들을 잘 알 수 있도록 더욱 하소연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의 이같은 ‘강경 모드’에 대해 통합당의 대부분 인사들은 동조하는 모습이다.
당장 김 위원장도 주 원내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더는 여당하고 협상할 일이 없어졌다”며 “지금까지 해온 관행을 깨버렸으니 우리 나름의 대처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 중진 의원은 “떡고물도 안 될 몇 개의 상임위를 대가로 야당의 존재 가치를 팔아먹으면 되겠느냐”며 “우리가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다는 것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복귀 이후 재신임과 당무 복귀, 상임위 사보임, 상임위 참여, 원내 투쟁 순으로 꼬인 실타래 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공은 민주당에게 넘어갔다”며 “주 원내대표 발언의 진위를 해석할 시간에 원 구성 협상안이나 더 다듬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