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지적
제조사 최대 6대 규제 중복 적용
“중복·과도한 규제 재검토 해야”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대 6개나 되는 환경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생존을 위해 관련 규제를 2~3년 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는 최대 6가지의 환경 규제가 중복 적용돼 코로나19 쇼크에 빠진 기업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중 중복성이 심한 일부 규제는 2~3년 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소비자에 비해 제조사에 지나치게 많은 환경규제가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제조사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 단계에서 유사한 목적의 규제를 다수 충족해야 한다.
우선 각 제조사는 그해 판매된 전체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배출량이나 연비를 기준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
2012년 도입된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 규제에 따르면 제조사는 그해 판매 된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치를 97g/㎞에 맞춰 관리하거나 평균 연비를 24㎞/ℓ의 기준에 맞춰 관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또한 제조사는 차종에 따라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배기가스 배출허용 기준을 만족하도록 제조해야 한다. '디젤게이트'로 논란이 된 경유차의 경우 유로-6 기준에 따라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0.08g/㎞를 넘을 수 없다.
자동차 업계는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차량 설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신모델 개발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최근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기 어려운 이유다.
판매와 생산 단계에서도 환경규제는 피할 수 없다. 자동차 판매사는 전체 판매량의 15% 이상을 저공해 자동차로 채워야 한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따라 보다 친환경적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대기관리권역 내 생산 현장에서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총량도 관리해야 한다. 초과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같은 규제를 모두 만족하려면 자동차 기업이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수익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7660만대로 위축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2022년에 돼서야 평년 수준인 9000만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적어도 온실가스 규제, 배기가스 배출제한, 저공해차 보급의무 등은 제조사가 받는 부담이 과중한 만큼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복되거나 과도한 규제는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