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터키 FTA로 교역량 37% 증가
한국, 현재 8개 국가와 양자 통화스왑 맺고 있어
[헤럴드경제=유오상·정경수 기자] ‘코로나19’로 급격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가 우리나라에 통화스왑을 공식 요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관계부처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달 중순께 주한 터키대사관을 통해 한국과 통화스왑 체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터키 측의 요청서에는 구체적인 통화스왑 규모나 방식에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협상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터키 내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한국에 사실상 SOS를 요청한 것"이라며 "양국 관계를 감안해 통화스왑 체결 협상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재차 전달했고 고위급 통화를 통해서도 의견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내용을 긴밀히 검토 중이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터키 측과 서로의 통화 구조를 논의하면서 통화스왑 체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재계약이 아닌 첫 계약인 경우 통화스왑 체결까지 1년 가까이 소요된다. 다만 코로나19로 부닥친 경제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하자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더 이른 시일 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터키와 통화스왑을 체결하게 되면 우리나라와 양자 통화스왑을 맺은 국가는 총 9개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통화스왑을 맺고 있다. 올 들어 미국과 12년 만에 통화스왑을 맺었고, 인도네시아와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는 기간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했다. 과거 터키와 통화스왑을 계약한 적은 없다.
통화스왑은 양 국가가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교환하는 금융 계약을 말한다. 흔히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담보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에 비유된다. 달러 등 안정적인 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스왑을 맺어 두면 유동성 위기가 생기더라도 계약 상대국 외화를 가져올 수 있게 돼 국내 자금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터키는 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환리스크를 덜기 위해 금융안전망인 통화스왑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터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2018년 8월 '터키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갈아치우며 장중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부진 영향으로 통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언론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미국 등과 통화스왑을 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터키와 9번째로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다. 양국 간 교역량은 FTA 특혜품목을 중심으로 2012∼2018년 37.2% 증가했다. 터키는 한국의 10대 무역 흑자국까지 올라섰다.
터키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터키 FTA의 발효로 경제적 거리까지 좁혀진 만큼 양국 간 교역, 투자,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