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뉴턴의 과학정신이 필요해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코로나19가 계속 퍼져서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 1만명을 바라보고 있고, 전 세계 경제는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멈춰버리려고 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은 내년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모두 조바심이 난다. 게다가 섣부른 종식 예측 뒤에 감염의 대확산을 겪고 있는 대중에게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위기상황일수록 대중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정치적 타산부터 따지는 듯한 모습은 사실에 입각한 냉철한 판단을 덕목으로 삼는 ‘과학정신’을 교육받아온 필자 같은 이들에게 깊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과학정신의 뿌리로는 17~18세기에 활약한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꼽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뉴턴은 당대 선배 과학자인 케플러와 갈릴레이의 업적을 발전시켜 우리의 지구, 목성과 같은 거대한 천체(天體)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뉴턴 역학’을 창시했다. 전례 없이 정교한 예측력으로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점성술 같은 미신에서 관찰과 예측의 대상으로 바꿔버린 뉴턴 역학으로부터 시작한 근대과학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구 둘레보다 열 배 멀리 있는 달에 사람이 다녀오게 하는 위대한 힘을 보여준 근대과학도 달 탐사로부터 50년이나 지난 오늘에서도 자그마한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와 경제가 멈춰버리는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사회와 경제는 우주를 정복하게 한 위대한 근대과학조차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일까?

과학의 예측력은 수식과 데이터에서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식으로는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고 하는 뉴턴 방정식이 있는데, 여기에 로켓의 질량과 속도를 데이터로 대입하면 그것의 미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거나 태양계를 탈출해 날아가는 보이저호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코로나19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바이러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하는 불완전한 수식, 그리고 간결하게 데이터화할 수 없는 사회의 복잡성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도 과학정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또한 뉴턴이었다. 그는 생애 마지막 30년을 영국 조폐국 장관으로 봉사하며 나라경제를 갉아먹던 위폐 문제와 싸웠다. 유통되던 주화 열 개 가운데 하나가 위조라는 심각한 문제를 풀기 위해 뉴턴은 과학적 정확성과 엄밀함에 대한 소명감으로 주화 제조법 개선에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 뉴턴의 과학으로 국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수백년 동안 영국이 세계를 주름잡은 최강대국이 됐다고 본다.

뉴턴은 살아생전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나의 벗이다. 하지만 나의 최고의 벗은 진실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천년 동안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권위 있는 철학과 세계관이라고 해도 진실보다 더 무거울 수는 없다’는 믿음에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삶에 있어 제일 기본적인 안전과 먹고사는 문제로 불안해하는 대중이 다시 국가 시스템을 신뢰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이러한 뉴턴의 과학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