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격리…전화 모니터링 의존

대학가 상인·학생 불안감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학 개강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이번주에만 입국하는 유학생이 1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 살지 않고 대학 주변에서 따로 자취 생활을 한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전화 모니터링 등 이들 유학생에 대한 관리를 당부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학가 주변 상인이나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교육당국과 대학가에 따르면 2월 마지막 한 주간 국내로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 약 1만명 중 대부분은 대학 기숙사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내게 된다.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지난해 기준 3839명)의 경우 올해 다닐 중국 학생 중 2주 자율 격리를 위해 기숙사 입소를 택한 학생은 480여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거처에서 따로 지내겠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이 매일 전화 등으로 자취하는 유학생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하면서 코로나19 안전 수칙을 권고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외출을 막거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대학교 인근 주민과 대학생 중 일부는 오가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불안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허모(72) 씨는 “요즘 중국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마스크 사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 학생들”이라며 “근처 원룸촌에 중국 학생들이 모여 산다고 해 불안하다”고 했다.

연세대 학생 김모(23) 씨도 “입국한 중국인 학생들도 본인 생활을 위해 거리를 다닐 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라 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들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 중국인 학생들에게 매일 전화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동선을 점검하지만 전적으로 학생들의 응답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을 피해 중국으로 ‘유턴’하는 유학생들도 눈에 띈다. 서울 A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한모(21) 씨는 본가가 있는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방학을 보낸 뒤 지난 15일 한국에 들어왔다. 현재 학교 방침에 따라 학교 인근에 자취방에서 ‘자가 격리’ 중인 한씨는 귀국을 고민 중이다. 그는 “지금은 확진가 많이 나온 도심 4개 구(區)를 봉쇄한 하얼빈보다 한국 상황이 더 안 좋다”며 “가족들도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