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과잉·환경파괴 강박

총격범 행위 정당화 악용

‘특정 인종이 지구 망친다’…총기테러의 이면 ‘에코파시즘’
안토니오 바스코가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내 마지 레카드의 관 옆에서 17일(현지시간)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과 이달 초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배경에는 ‘에코파시즘(ecofascism)’이란 공통의 주제가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격범들이 이민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 외에도 인구 과잉과 환경 파괴라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 환경 단체들은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인종차별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환경 문제를 악용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에코파시즘은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전체주의 사상이다. 독일의 나치주의가 대표적인 예로, 나치 정권은 ‘동물보호법’, ‘국가자연보호법’ 등 환경 보호 법률을 제정하며 생태론적 이데올로기를 유대인 학살 정당화에 이용했다.

무슬림을 겨냥한 총기난사로 51명의 목숨을 빼앗은 크라이스트처치 총격범은 자신을 “에코 파시스트”로 선언하며 이민자들의 출생률에 불만을 표했다. 22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엘패소 총격범 역시 수질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미국 소비자 문화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낳고 있다며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두 총격범은 벳시 하트만 햄프셔대 교수가 “증오의 환경보호”라고 부른 에코파시즘의 극단적인 예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이같은 증오론자들과 반대로, 최근 몇 년간 주류 환경 운동은 ‘사회 정의’의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였다.

현재 환경 단체 지도자들은 백인민족주의자들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종차별주의와 이민 배척주의 의제를 받아들이도록 유혹하기 위해 환경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 정의 전문가인 무스타파 산티아고 알리 국립야생동물연합(NWF) 부대표는 “증오는 항상 무언가를 붙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때문에 그들은 잠시 동안 주변에 있던 생태학적 언어를 사용하고 그것을 재구성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