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로 교체 ‘수계 전환’ 과정에서 총체적인 대응 부실 - 인천시, 22일부터 급수 정상 공급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20일째 발생한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광역시의 초동 대응 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정부 합동조사결과가 나왔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총체적인 대응 부실로 이번 사태를 빚어낸 결과이다.<수계전환 세부 흐름도 참고>
인천시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18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를 벌이면서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왔다.
인천 수돗물 적수발생사고는 관내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ㆍ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시 서구지역에서 최초로 민원이 접수돼 사고발생을 인지했고 사고발생 4일 후인 지난 2일부터는 영종지역, 15일 후인 13일부터는 강화지역까지 수도전에 끼워쓰는 필터가 변색된다는 민원이 발생하는 등 사고발생 20일째인 현재까지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
▶사전 대비 및 초동대처 미흡
‘국가건설기준에는 상수도 수계 전환시 수계전환지역 배관도, 제수밸브, 이토밸브, 공기밸브 등에 대한 대장을 작성한 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도출된 문제점은 통수 전에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사전에 준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수계전환 작업 시에는 유수방향의 변경으로 인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토밸브, 소화전 등을 이용해 충분한 배수를 실시해야 한다.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유속변화에 의한 녹물ㆍ관로내부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 녹물 등이 수용가에 유입되지 않도록 충분한 배수작업을 하도록 돼 있다.
특히, 녹물 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수, 밸브 개폐 작업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는 수계전환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 작성 시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데 그쳤다.
또한, 밸브 조작 단계별 수질변화에 대한 확인계획은 수립하지 않아 탁도 등 이번 사고를 유발한 이물질(물때 등)에 적기 대처하지 못했다.
또 북항분기점의 밸브 개방 시 유량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수탁도가 0.6NTU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으나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수용가로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초동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시간(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평상시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으나 이번 수계전환시에는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 수계전환시에는 관흔들림, 수충격 부하 등의 영향을 고려해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특히 유의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하는데 역방향으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증가시켜 유속이 오히려 역방향으로 2배 이상 증가(0.33m/s→ 0.68m/s)해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ㆍ검암지역으로 공급되면서 초기 민원이 발생됐다
또한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됐다.
당초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유지됨에 따라 정수지 및 흡수정의 수질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조사 결과,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촌정수장 정수지와 흡수정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은 사태 장기화에 따라 정부 원인조사단이 수돗물 공급 전과정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해 인천시에 통보했다.
이로 인해 정수지 및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정수지→송수관로→급배수관로→주택가로 이동해 사태 장기화를 초래했다.
또한, 상수관망은 단수 등에 대비해 상수관망이 지역간 연결돼 있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 물 흐름에 차이가 발생, 정체수역에서는 배수가 지연되는데 관망 고저를 표시한 종단면도가 없어 관저부 등 배수지점 확인이 쉽지 않아 소화전 위주의 방류로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된 것도 사태 장기화의 원인이 됐다.
▶ 대책 및 향후 계획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수돗물 수질 회복을 위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공촌 정수장 정수지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물빼기와 청소를 반복해 4개의 정수지 청소를 18일까지 마무리하고 물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을 이용해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송수관로 이물질 등 오염수에 대한 배수작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송수관로 이토작업과 함께 8개의 배수지도 청소전문업체에 위탁해 오는 23일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계획이다.
오는 22일부터는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하여 배수 순서를 결정하고 매일 급수구역별 10개조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 수공과 공단의 수질분석과 옥내배관 세척을 계속 지원하고, 사고 초기부터 지원해 오던 병입수돗물, 수질분석장비, 급수차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가 합동 원인조사반 조사 결과, 백서를 오는 7월까지 발간ㆍ배포할 예정이며 식용수 사고 대비 지자체ㆍ유관기관 공동연수회(워크숍)도 7월 중에 개최할 계획이다.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지침서(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재난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과정에 대한 대응체계를 올해 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