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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지자체·노조 발목에 기업 ‘벼랑끝’
환경단체 압박 지자체 고로폐쇄
고용부, ILO 핵심협약 비준 강행
조선업은 폭력노조에 회생 요원


기업들이 갈수록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중국의 맹추격으로 전통 간판 제조업이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노동조합(노조)이 기업이 처한 환경은 외면한채 ‘마이웨이식’ 폭주를 이어가면서 기업들이 받는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 비준을 강행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시민단체 압력으로 철강사 조업중단 행정처분을 내렸고, 조선업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노조의 격렬한 시위로 발목이 잡혔다.

‘발등의 불’은 철강업계다.

원자재 가격 인상, 철강수요 산업 불황 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최근 지자체의 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에 안팎으로 설상가상 형국이다.

제철소에서 고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브리드(Bleeder, 압력밸브)를 ‘오염물질 배출 장치’로 보고 일부 지자체가 고로사에 10일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브리더 개방 외에 현재로선 고로를 유지ㆍ보수할 방법이 없는 만큼 철강업계는 사실상 제철소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지자체에 브리더 개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며, 포항ㆍ광양제철소에 각각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경북ㆍ전남도는 한 발 물러났지만, 충남도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10일에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이 “타당한 것”이라 밝혔다.

철강업계에 대한 지자체의 ‘압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부산광역시는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중국 청산강철의 1억2000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철강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미 국내 스테인리스 공급이 과잉 수준으로, 공장 가동률이 6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청산강철이 국내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에 18만톤의 스테인리스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수주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선업은 국내 1ㆍ2의 대형 조선사의 합병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켠듯 했지만 노조의 불법투쟁으로 합병은 가시밭길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는 지난 12일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두번째로 무산됐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후 생기는 중간지주사의 서울 이전을 반대하며 삭발을 단행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아울러 파행을 겪었던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이달중 범정부 협의를 시작으로 가을 정기국회 때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ILO 총회 연설에서 “노사정이 기득권과 익숙함에 집착하지 말고 고용 형태, 비즈니스 환경, 근로 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노동규제를 개혁해 가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국적인 조율이 없이 정부 당국과 지자체, 노조가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나몰라라식으로 치닫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부재로 기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ㆍ박혜림 기자/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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