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미세먼지, 기후변화의 전조증상

세계경제포럼(WEF)을 비롯한 주요 미래 연구기관들은 일관되게 가능성과 임팩트라는 양대 측면에서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압도적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인류 역사상 거대 전쟁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기후변화는 당장 식량대란을 초래하게 된다. 식량 자급도가 낮은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류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고 저지대는 수몰될 것이다. 2014년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은 ‘우리에게는 두번째로 택할 행성이 없기에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2015년 197개국이 참여해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인 에너지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대형 가전 판매는 증가하고 차량도 대형화 추세다. 기후변화는 췌장암과 같이 전조증상이 없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되돌릴 수 없다. 초거대 변화인 기후변화는 체감이 어려운 우리 모두의 문제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지 않는 기후변화에 대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모든 국가들이 부딪힌 숙제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원인이 동일한 전조증상이 등장했다. 바로 미세먼지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탄소경제라는 동일한 원인의 다른 결과다. 미세먼지는 개개인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PM2.5 수치 10㎍/㎥ 증가에 1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노력은 바로 탈(脫)탄소경제라는 기후변화의 대책이기도 하다. 미세먼지를 인류 최대의 위협인 기후변화의 전령사이자 전조증상으로 맞이하자는 이유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에 성공한 국가는 탈탄소경제에 성공한 국가다. 지난 5년간 탄소발전을 2.7% 감축한 프랑스의 경우 전체 에너지에서 탄소발전 비중은 50%를 밑돌고 원자력 비중이 압도적이다. 재생에너지만 확대한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인해 탄소발전의 감소 비중이 0.3%에 불과하다.

여기서 잠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에너지대안을 정리해 보자. 최우선은 에너지소비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과 가격정책이다. 다음으로 에너지 공급구조의 적정화다. 간헐성을 피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는 필연적으로 탄소발전과 병행구조를 갖출 수 밖에 없다. 전기차도 탄소발전 전기로 충전 시에는 휘발유차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한국은 아직 원자력발전의 확실한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균형 정책은 야간에도 사용하는 기저에너지는 원자력으로, 변동에너지는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의 병행구조로 가고 석탄발전은 조속히 폐기하는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치명적이지만 개인의 피해가 직접 와닿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덜 치명적이나 개인적 피해가 피부에 와 닿는다. 얄궂게도 미세먼지 덕에 인류 최대의 위협인 기후변화 대책 동참을 전 세계인에게 호소할 수 있게 됐다.

탈탄소경제로 전환은 4차 산업혁명에서 인류가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적 경제적 과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경유가격 정상화와 같은 에너지가격 정책과 소비절감 대책을 수용할 시민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미세먼지가 인류를 기후변화 위협으로부터 구원할 전화위복의 전령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