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대는 일주일 마스크 착용 물거품으로 -흡연구역 미세먼지 농도는 항상 ‘나쁨’에 해당

미세먼지 걱정에 담배 핀 뒤 마스크 착용?…흡연자 건강은 항상 ‘매우 나쁨’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흡연자 최모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다른 사람들처럼 마스크를 쓴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고 난 뒤 바로 마스크를 쓰면 입에서 나오는 담배 냄새를 코로 맡게 돼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벗지는 못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또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졌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마스크까지 쓰고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의 모습은 아이러니다. 담배 역시 또 다른 미세먼지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빨리 숨지는 사람이 한 해에만 7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00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미세먼지도 담배 못지 않게 위협적인 존재다. 담배와 미세먼지 중 어떤 것이 더 해로울지 두 물질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모두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특히 흡연자라면 미세먼지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담배 연기는 70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총량은 1만2000μg에 이른다고 한다. 성인 남자가 하루 평균 들이마시는 호흡량은 15.7㎥으로 ‘나쁨’ 수준에 해당하는 100㎍/㎥의 미세먼지를 남성 한 명이 일주일 내내 흡입한다고 가정해도 1만1000μg에 불과하다. 담배 한 개비를 태우기 위한 5분의 즐거움으로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던 일주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흡연자들이 자주 찾는 흡연구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매우 나쁨’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가 없을 때도 흡연장소의 미세먼지 농도는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부 기준으로 미세먼지 ‘나쁨’에 해당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흡연이 자유로운 당구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63.1㎍/㎥으로 금연구역 음식점의 1.5㎍/㎥보다 42배나 높았다.

더구나 담배로 인한 미세먼지는 오랫동안 공기에 머무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담배 2개비를 피우면 20시간이 지나야 담배연기로 인한 미세먼지가 가라 앉았고 10개비를 피우면 24시간이 지나도 상당량의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남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내도 안전하지 않다.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서 ‘몰래 흡연’을 하는 흡연자들이 아직도 많은데 간접흡연 역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킨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실내흡연과 미세입자 거동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장실 내에서 담배를 태우면 흡연에 의한 미세먼지가 5분 내로 위·아랫집으로 퍼졌다. 환풍기를 켜지 않고 담배를 피울 경우 위층의 미세먼지 농도는 40㎍/㎥에서 140㎍/㎥으로 3.5배 상승했으며 아래층은 104㎍/㎥로 2.5배 상승했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가열담배는 실내흡연에 더 유리하다. 가열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지만 판매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열담배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은 기체 상태로 보이지만 실제로 고체나 액체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니코틴이나 발암물질 등의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담배는 다르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의의 상담과 금연치료 약물 처방으로 진행되는 금연치료는 흡연욕구와 금단증상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금연성공률이 높다.

인광호 대한폐암학회 회장(고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담배는 물론 최근에는 미세먼지까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