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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제로 도전…분양 앞둔 견본주택들 가보니] “아파트에 들어서니 ‘클린현관’…겉옷 미세먼지 제거후 실내로”
입구부터 집안까지 단계적 차단
의류관리기는 현관으로 배치



“현관 입구에서 직진하지 마시고 좌측 공간으로 들어가서 미세먼지 제거부터 해주세요.”

지난 20일 찾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 힐스테이트 갤러리’. 현대건설이 내달 분양할 ‘디에이치포레센트’의 견본주택(주택형 121㎡)에서는 입구에서부터 두 갈래길이 펼쳐졌다. 정면에는 거실로 이어지는 통로가, 좌측에는 일반 아파트에선 볼 수 없었던 별도 공간이 있었다. 이 공간은 실내에 들어가기 전 외투에 묻은 미세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된 ‘H클린현관’<사진>이다. 최근 유례없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장기화하자, 집안에서만큼은 이런 불안을 덜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탄생한 새로운 공간이다.

일단 동선에 따라 놓여진 장치들을 차례로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몸에 달라붙은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후 빌트인 청소기로 옷과 신발에 묻은 미세먼지를 빨아들였다. 신발은 살균건조기, 외투는 의류관리기에 넣어 한 번 더 미세먼지를 걸렀다. 예전엔 방안 쪽 드레스룸에 있을 법한 가전제품들이 이제는 현관 앞에 대기하게 된 것이다. 미세먼지에 찌든 옷은 바로 세탁실로 보낼 수도 있었다. 입었던 옷을 수납장 안 세탁 바구니에 넣고, 뒤쪽으로 밀어내면 바로 세탁실로 이어졌다. 수납장이 H클린현관과 세탁실을 이어주는 ‘비밀 통로’였던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오염물질 차단뿐만 아니라 의류세척, 오염제거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며 “중장년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엄격한 출입 ‘심사’를 거친 뒤에도 집안 곳곳에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장치들이 대기 중이었다. 세대 내 환기구에는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헤파필터’(0.3㎛ 크기의 입자를 99.95% 포집가능)가 장착됐다. 헤파필터는 프리필터나 미디엄필터보다 더 촘촘하게 미세먼지를 거른다. 주방에서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주방후드는 물론 각 방의 환기장비, 주방 보조급기가 자동으로 작동해 실내 먼지 확산을 억제했다. ▶관련기사 20면

견본주택에 구현된 것은 이 정도이지만, 실제 단지가 조성되면 외부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미세먼지 차단이 이뤄진다. 거주자는 단지 내 설치된 ‘미세먼지 신호등’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파악하게 된다. 외부 활동을 하다가도 ‘빨간불’이 뜨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임을 알게 된다.

공동현관에서는 전화부스 형태의 ‘에어샤워룸’에 들어가 강한 바람을 통해 미세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미세먼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21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성물산 ‘래미안 갤러리’에 마련된 주거 트렌드 체험관에서도 제일 먼저 ‘클린게이트’가 방문객들을 맞았다. 공동현관에 진입하면 양쪽에서 약 30초간 3~20m/s의 바람이 나와 옷에 달라붙은 미세먼지를 털어냈다.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도 달라진다.

현관에는 신발장과 함께 의류관리기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로는 실내 공기질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공기질 측정센서가 ‘파란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공기질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만약 이 불이 빨간색이면 연결된 공기순환기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실내에서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이동식 미세먼지 측정기인 ‘사물인터넷(IoT) 홈큐브’와의 ‘소통’을 통해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홈큐브에 대고 “미세먼지”라고 말하면, 이것이 위치한 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해 알려주는 식이다. 유입된 미세먼지의 90% 정도를 거를 수 있는 필터가 장착된 환기시스템과 공기청정형 시스템 에어컨도 이를 통해 가동할 수 있었다.

이렇듯 여러 건설사가 주거공간 내 미세먼지 퇴치를 위한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가운데 앞으로는 ‘속도’가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일부 건설사는 넓은 면적보다 좁은 면적에서 미세먼지를 더 빨리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방마다 개별 환기나 공기청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유상옵션이라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개발된 시스템만 하더라도 유상옵션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괄적으로 제공될 경우 분양가에 포함된다. 개발된 기술은 많지만, 실제 적용되는 신축 단지가 제한적인 것도 결국 비용 문제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적은 면적에 많은 장비를 다는 것이지만, 비용과 에너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이 적은 만큼 자주 사용하는 공간을 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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