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대처법 실효성 글쎄” 회의적 “오염원 파악 등 대응포트폴리오 마련 절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25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은 28일 오전 이날 관측 실험에 대해 “실험 인근 지역에 약한 안개비가 관측되었으나 정규 관측망에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1차 발표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한달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벌써부터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 “인공강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미세먼지 대처법들(인공강우, 고압분사 물청소,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에 대해서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미세먼지 대응 포트폴리오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내 미세먼지 저감기술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익명을 요청한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애초부터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는 과학적 실효성이 매우 낮게 거론된 연구”라고 비판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한국 기상조건 자체가 인공강우를 만드는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고압분사 물청소 대책도 비용효과성이 현저히 낮다.

반면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거론된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고분자 나노섬유 소재에 반응성 이온 에칭 공정을 적용해 포집성능을 25% 높이고 압력손실을 30% 줄인 기능성 미세먼지 필터를 개발했다. 재료연구소는 알루미늄 잉크 기술을 적용한 섬유 필터 소재를 제조했고, 서울대학교는 금속 나노와이어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전기력을 배가시킨 미세먼지 필터를 개발했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대기오염과 관련된 기술은 수명주기가 길어 후발국의 추격이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집진저감 기술에 있어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축소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인공강우 실험이 아니라 고정밀 데이터 관측을 통한 오염원 파악부터 저감기술 개발, 환경영향성 평가까지 일관성 있는 장기적인 연구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과학과 기술, 정책이 연결이 돼야만 실효성이 있다”라며 “과학자는 관측을 통한 오염원을 규명하고, 정부는 연구성과를 기반한 정책을 입안하고, 이 과정에서 발전소 등은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사업장 실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아ㆍ정세희 기자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