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미세먼지 ‘매우나쁨’ 기준보다 30㎍/㎥높아 -“차라리 추운 게 나아” 답답함 호소 -비상조감조치 시행 실효성 의문도 “근본적인 대책 필요”

[최악의 미세먼지] ‘삼한사미’ 출근길…“흙맛 공기 싫어요”

[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 기자] “차라리 추운 게 낫겠어요. 숨을 못 쉬겠어요”

14일 오전 8시께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는 눈만 겨우 내놓은 직장인 마스크 부대가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미세먼지가 덮친 도심은 아침의 상쾌함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잿빛 공기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로 무장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는 전국적으로 ‘매우 나쁨’ 또는 ‘나쁨’을기록했다. 수도권ㆍ강원 영서ㆍ충청권ㆍ광주ㆍ전북에서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서울의 경우 오전 8시기준 국제 미세먼지 ‘경계단계’ 기준인 100㎍/㎥을 훌쩍 넘는 137㎍/㎥을 기록했다.

주말부터 이어진 미세먼지 공습에 시민들은 마스크 한장으로 싸우고 있었다. 광화문 지하철역으르 드나드는 시민들 10명 중 5명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예보된 평소보다 확연히 마스크 착용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틀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 문자가 발송된 영향이 컸다.

직장인 이모(32) 씨는 “주말 내내 미세먼지 안내 경고 문자가 울려서 심상치 않겠구나 싶었다”면서 “원래는 불편해서 마스크를 잘 안 쓰고 다니는데 오늘은 일부러 챙겨서 나왔다”고 말했다.

[최악의 미세먼지] ‘삼한사미’ 출근길…“흙맛 공기 싫어요”

이날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에 시민들은 제대로 눈 뜨기조차 힘들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광일(68) 씨는 “올해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안 쓰면 목이 칼칼하고 많이 아프다”고 불편해 했다. 그러면서 “나가고 싶어도 외출이 옛날만큼 자유롭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주소연(39) 씨는 “오늘같이 아침에 문자가 많이 오는 날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면서 “요즘엔 옷에 미세먼지가 하도 붙어 세탁도 자주하고 스타일러 같은 것도 전자제품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 이어 월요일까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외출하기 겁난다는 우려도 나왔다. 직장인 유모(31) 씨는 “주말이야 외출을 안 할 수 있다지만 평일에는 일도해야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하는데 외출 삼가라고 문자만 보내면 되겠느냐”며 “이 마스크가 제대로 미세먼지를 막아주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편함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만난 직장인 안모(34) 씨는 “마스크를 써봤자 답답하기만 하고 어차피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써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안 썼다”고 했다. 정재승(72) 씨 역시 “어차피 미세먼지는 실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진짜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방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시행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쓴 소리도 나왔다. 서울, 인천, 경기도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서 수도권은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됐고고 서울시 전역에서는 2005년 12월 31일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총중량 2.5t 이상 노후 경유 차량 운행이 제한됐다. 시민들 반응은 차가웠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4) 씨는 “이렇게라도 해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게 이해도 가지만 공공기관 차량 2부제만으로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거대한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