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 내릴수없다” 고집..해군 최후의 결단 임박

-일본 자위대 함정 욱일기 달고 해상사열하는 최악상황 대응계획 검토 -군 관계자 “독도함 좌승함 아니라고 단언 못해…지금 알지 못하는 상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는 10~14일 제주에서 열리는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게양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정부와 주최측인 해군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해군은 5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전날 욱일기 게양 방침을 고집합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 대응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이 제주 앞바다에 나타나 활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부정적 여론이 일파만파 번질 경우, 해군이 심혈을 기울여 주최한 국제관함식의 의미가 퇴색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해군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5일 “최악의 경우 일본 해상자위대의 국제관함식 불참도 하나의 방법 아니겠느냐”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날 일본 자위대 수장인 가와노 가쓰토시 통합막료장은 관함식에서 욱일기를 절대 내리지 않겠다고 단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가와노 통합막료장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관에게 자위함기(욱일기)는 자랑이다. 내리고 (관함식에) 갈 일은 절대 없다”며 “자위함기는 법률상, 규칙상 게양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와 해군은 일본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일본 측에 욱일기에 대한 우리 국민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지난 26일 해군은 관함식 해상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 함정에 ‘해상사열 때는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공문을 지난 8월 31일 보냈다고 밝혔다. 각 국 군함은 자국 국기와 부대기를 게양하지만, 해상사열 때는 부대기 대신 태극기를 달아달라는 요청으로, 이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부대기인 욱일기를 달지 말아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나섰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이 욱일기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이 총리 발언 이후 일본 자위대 핵심 인사가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시민단체 등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국제관함식 초청을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초청을 취소할 경우 자칫 양국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돼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플랜B’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해상사열 때 참가국 함정을 사열하는 좌승함을 일출봉함에서 독도함(현재 국민참여단이 탑승하는 시승함으로 예정)으로 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본 측이 ‘독도’라는 명칭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독도함을 좌승함으로 지정해 자연스럽게 일본 측 불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 역시 외교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해 해군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김태호 해군 공보과장(해군대령)은 전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좌승함을 독도함으로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아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독도함이 좌승함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