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조절 기능 떨어지는 고령층, 온열질환 취약 -질환자 중 31% ‘65세↑’…당국 ‘무더위 쉼터’ 권장 -냉방시설 市보다 취약한 道에 ‘찜통 경로당’ 몰려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거의 한달 만에 열대야 현상이 사라지고 폭염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오전 서울의 최저기온은 22.1도로, 하루 사이에 5.4도나 내려갔다. 26일째 계속되던 열대야가 멈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최고기온은 33도로 예보돼 있다. 한낮에는 아직 에어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경로당은 전국에 불과 600곳 남짓 밖에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열 질환에 특히 취약한 고령층에게 한낮에는 경로당 등 무더위 쉼터를 찾아 줄 것을 보건당국은 당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져 있지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전국 경로당 에어컨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전국 경로당 6만5617곳 중 607곳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전체 경로당의 1% 정도지만, 해당 경로당을 찾는 고령층은 에어컨 없이 올해 ’최악 폭염‘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1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측정된 서울 지역의 최고온도는 39.6도로, 기상 관측 111년 사상 가장 높았다. 올 여름 들어 이달 14일까지 전국 평균 폭염 일수 28일, 열대야 일수는 15.2일이었다. “역대 최악”이었다는 1994년 폭염에 버금가는 수치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517곳 대상)’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역대 최다로 4301명(사망자 48명)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은 1340명으로, 31.2%를 차지했다.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발생한 사망자 27명 중 65세 이상은 17명(63%)이나 됐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폭염 시 실내 냉방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전국 약 4만5000여 개소)’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을 뿐 노인이 많이 찾는 경로당에 대한 에어컨 설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는 경로당이 냉방 시설이 시(市)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道)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시ㆍ도별로 보면, 에어컨 미설치 경로당의 41.0%(249곳)가 경남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이어 ▷경기(20.6%ㆍ125곳) ▷충남(16.1%ㆍ98곳) ▷충북(9,7%ㆍ59곳) ▷경북(5.8%ㆍ35곳)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서울과 부산에는 에어컨 미설치 경로당이 각각 2.3%(14곳)에 불과, 대조를 이뤘다. 인천과 세종도 각각 10곳(1.6%)ㆍ1곳(0.2%)에 불과했다. 대구ㆍ광주ㆍ대전ㆍ울산의 모든 경로당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폭염에 취약하다. 노화 탓에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홍수 이화여대 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몸은 체온 조절을 위해 땀샘에서 땀을 분비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노인은 땀샘의 기능이 떨어져 땀 배출을 통한 체온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온열 질환에 잘 걸리는 고령층은 폭염에 취약한 냉방 복지 대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층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경로당에 에어컨을 보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