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산기심근증, 위험인자 늘수록 발생위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 원내 사망률 일반산모 100배↑…임신성당뇨도 위험인자로 밝혀져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주산기심근증은 출산 전후 산모의 좌심실 확장으로 수축기능이 약화되면서 심부전을 일으키는 임신합병증으로 드물지만 사망률과 재입원률이 높아 치명적일 수 있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주산기심근증의 발생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주산기심근증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유규형․한성우․최석원․윤종찬․이선기 교수 연구팀과 고려의대 김응주 교수팀은 공동 연구로 국내 주산기심근증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주산기심근증의 발생률, 위험인자 및 임상적 특징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미국심장학회 저널인 ‘Circulation: Heart Failure’ 4월호에 게재됐으며, 이번 호 중 유일하게 관련 편집자주(Editorial)가 실리는 영예를 얻었다.
▶국내 주산기심근증 발생빈도 1741분만 당 1명=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빅데이터를 토대로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출산한 산모를 추출했다. 이 가운데 주산기심근증이 발생한 산모의 빈도, 위험인자, 입원 중 사망 등을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분석했다.
해당 기간 동안 총 140만건의 출산 중 795명의 주산기심근증 환자가 발생하여, 주산기심근증의 발생빈도는 1741분만 당 1명 꼴로 분석됐다. 이전 해외연구에서는 주산기심근증의 발생빈도가 300분만 당 1명에서 4000분만 당 1명으로 국가 및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보고됐으나 국내 발생빈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산기심근증의 발생빈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임신성당뇨병과 초산도 주산기심근증의 위험인자로 처음 밝혀져=주산기심근증의 위험인자 분석에서는 만35세 이상의 고령임신,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임신성당뇨병이 있는 경우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출산이거나 한 번에 둘 이상의 태아가 임신되는 다태 임신인 경우에도 주산기심근증 위험도가 증가했다.
이외에도 주산기심근증 환자의 경우 제왕절개술을 한 경우가 더 많았고, 출산 관련 합병증인 태반 조기박리, 자궁동맥색전술, 자궁적출술도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임신성당뇨병의 경우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주산기심근증의 위험인자로 밝혀졌다. 또 기존에는 두 차례 이상 임신한 경우 주산기심근증의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초산인 경우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인자 많아질수록 발생위험 기하급수적 증가=특히 주산기심근증과 관련된 위험인자(고령임신, 전자간증, 임신성당뇨병, 초산, 다태 임신, 제왕절개 및 출산합병증)가 추가될수록 주산기심근증 발생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1 참조) 위험인자가 하나도 없는 산모에 비해 6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진 산모의 주산기심근증 발생 위험도는 200배나 높았다.
또한 주산기심근증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1%로 나타났으며, 이는 정상산모의 원내 사망률인 0.01%에 비해 100배나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주산기심근증의 예방 및 관리가 치료 못지않게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순환기내과 이선기 교수는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주산기심근증의 정확한 발생률, 위험인자, 사망률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본 연구결과를 통해 주산기심근증 발생위험이 높은 산모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조기진단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산기심근증이 만성 심부전으로 발전하여 영구적인 심장 손상이 발생하거나 재발하는 것을 막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