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파동’ 1개월 후, 지저분한 도로변 -주민 불편…구청직원 민원 등 어려움 호소 -한시적 처리하던 업체 손떼는 6월 이후 대란우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9일 새벽 2시께 한 대학가. 폐지 담긴 손수레를 끌던 A(78) 씨가 쓰레기 더미 앞에서 멈춰섰다. 최 씨는 비닐봉지를 열고 재활용 쓰레기 몇개를 손수레에 담는다. 고물상들이 ‘깨끗한 폐품으로’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처리 기준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예전같으면 더 많은 종류를 주워갔을텐데, 고물상에서 물건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발 ‘재활용품 대란’ 1개월이 지났다. 대놓고 수거를 거부하는 재활용 업체들이 줄어들면서 논란은 소강상태지만, 아직도 일부 지자체 도로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차 있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고, 넘치는 업무로 일선 구청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9일 오전, 평소 같으면 청소차가 다닐 시간인데 거리에는 쓰레기 더미들만이 넘쳐났다. 직접 나가본 동대문구 이문동 큰 길가에는 한 블록마다 쓰레기 더미가 놓여 있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있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투명한 비닐 봉지에 담겨있는 재활용 쓰레기들이다. 봉지 안으로는 음료수 잔해와 음식물들이 섞여있는 부산물들이 널부러진 경우도 있다. 변인근 거주민 윤성재(29) 씨는 “예전보다 쓰레기가 길에 더욱 많아진 것 같다”면서 “일부 쓰레기더미에서는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종로구 대학로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거리 곳곳의 쓰레기 뭉치에서는 음식물이 묻어있는 재활용 쓰레기 봉투들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심성식(30) 씨도 “쓰레기 더미를 보면 거리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를 정도“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인근 구청은 수시로 재활용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원칙은 “깨끗한 쓰레기만을 청소한다”는 것이다. 상태가 불량한 쓰레기들은 치워가지 않는다. 음식물이 묻어있는 스티로폼과 패트병들은 수거대상이 아니다. 구청과 함께 재활용품을 수거하던 노인들이 캔류를 수거해 팔았지만, 최근에는 노인들마저도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내 지자체 중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구 자체적으로 전부 처리할 수 있는 곳은 강남구와 송파구 등 일부 지자체 뿐이다. 나머지는 재활용 업체에 처리를 의존해왔다. 하지만 쓰레기 대란 이후 처리업체들이 쓰레기 처리를 ‘보이콧’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주민들의 민원은 빗발쳤고,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 업무로 골치를 썩고 있다. 한 구청 직원은 “아파트와 주택가 등에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한달에 25t 가량 처리 가능한데, (폐품 처리 업체들이 소극적이라) 45t정도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구청 직원도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쓰레기 관련 업무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가 더욱 큰일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 재활용 쓰레기를 받아주는 업체들도 처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태라 앞으로를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5월까지 한시적으로 폐기물 처리를 약속받은 경우가 많다”면서 “5월이 지나면 쓰레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