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110g짜리 소고기 패티 물·경작지·사료 등 생산자원에 메탄·온실가스 환경비용까지 포함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햄버거,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수 있다는 점과 함께 또 다른 장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비용이다. 당신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다른 한끼 식사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당신이 매장에서 내지 않는 비용은 다른 방식으로 지불되고 있다. 햄버거 한개에는 어떤 비용이 숨겨져 있는걸까. 햄버거에는 단지 두 조각의 빵과 소고기만 있는 게 아니다. 햄버거 한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 땅, 사료 등 많은 자원들을 투입해야 하며 토양과 해양, 대기를 오염하는 환경 비용까지 치뤄야한다. 당신이 햄버거를 먹는 동안 햄버거는 지구를 먹고 있는 셈이다. 핵심은 햄버거에 들어간 소고기 패티다. 보통 110g 정도가 되는 햄버거 속 소고기를 먹기 위해 당신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1. 물 2500ℓ=햄버거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나타내는 환경 관련 지표로 ‘물 발자국’이 있다. 이는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물을 쓰는 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햄버거 1개의 물 발자국은 무려 2500ℓ이다. 사과 1개의 물발자국이 70ℓ, 계란 1개 200ℓ, 쌀 1㎏가 3400ℓ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물 부족 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UN의 세계 수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2050년까지 전세계 인구는 93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따라 오는 2050년에는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물 부족 인구는 무려 39억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 숲 1.8평=햄버거를 먹기 위해 소를 키우고, 소를 키우기 위해서 숲을 없애고 목초지를 만든다. 사라진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스펀지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 온도를 높여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소는 목장뿐 아니라 사료를 재배하는 토지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애니멀즈(Animals) 저널에 게재된 워싱턴주립대학교의 연구(2012년)에 따르면 ‘소고기가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6㎡(1.8평)의 땅이나 숲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소고기 패티를 만들기 위해 파괴된 열대 우림때문에 서식지를 빼앗긴 수많은 생명체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육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사료용 경작지는 한계에 이른 실정이다.
3. 곡물 1.8㎏=소는 풀을 먹고 자라나지만 축산업 체계가 바뀌면서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옥수수 등의 곡물을 소에게 먹이고 있다. 소는 많이 먹는 동물이기 때문에 소에게 먹이는 곡물도 많은 양이 필요하다.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와 스톡홀름 국제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햄버거 1개에 약 110g 고기가 들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햄버거 한 개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8㎏의 곡물 사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경작지 70%가 옥수수·콩 등 사료용 작물을 기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축산업은 식량난 해결에 있어 가장 비효율적인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4. 메탄가스 57g, 온실가스 3㎏=소는 원래 풀을 먹는 동물이다. 반추동물(되새김동물)인 소에게 옥수수 등의 곡물 사료를 먹이면 소화를 하면서 가스가 가득차 방귀나 트림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메탄가스라는 것이다. 세계적 환경연구소 월드워치연구소는 육류 생산이 전체 온실가스 방출의 51%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는 키우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햄버거 한 개(소고기 110g)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57g정도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의 분뇨에서 나오는 강력한 이산화질소, 사료 재배 과정에서 필요한 질소 비료도 있다. 이 비료와 분뇨가 바다로 들어가면 해양이 오염된다. 또 소가 도축장으로 끌려가면 살균을 위해 질산염과 암모니아의 오염물질이 사용되며, 이동수단인 트럭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환경부가 2010년 고려대학교에 위탁해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할 때 햄버거 한개에는 약 3㎏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 한공기가 0.7㎏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미국의 환경운동단체 (EWG)는 햄버거 한개만 덜 먹어도 자동차 515㎞(서울에서 부산간 거리)를 운전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포화지방과 나트륨, 설탕, 기타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햄버거를 자주 먹을 시 나타나는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건강 비용까지 첨가될 수 있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