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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미세먼지 大馬’ 잡겠다던 서울시의 덜컥수
지난 15일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길거리가 응급실 중환자실처럼 변했다. 산소통호흡기 대신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거리를 오갔다. 하지만 미세먼지 말고도 시민들을 절망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서울시의 보여주기식 미세먼지 정책은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15일 첫 시행된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이틀 연속으로 ‘나쁨’으로 예상되면서 서울시가 발령하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출퇴근시간 서울 지역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한다고 예고했다.

현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아침 서울 종로 안국역에서 만난 강모(35) 씨는 “강남에서 출근하는데 자가용이 훨씬 편하다. 대중교통 차비 몇 천원을 아끼려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피곤해야 한다”며 “자가용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인 미세 먼지 정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하루 대중교통 무료로 한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의 노력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직장인 최모(39) 씨는 “중국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울시가 외교부도 아니고 자치단체 차원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건 응원할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뭐라도 해보려는 자세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행정은 아무리 의도가 좋을 지라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한 것으로 본다. 행정에서 투입대비 산출 정도인 효율성과 얼마나 달성했느냐를 의미하는 효과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이번 미세먼지 대책은 둘 다 실패했다. 서울시는 하루 50억 원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교통량 1.5% 감소에 그쳤다. 시민들의 행정 불신은 덤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 시민들은 서울시 살림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실 자치행정을 담당하는 서울시가 미세먼지의 근원인 중국을 설득할 이유는 없다.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자체적으로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삶을 더 면밀히 살펴 보다 실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거리를 나가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마스크가 귀찮고 돈이 아깝다”고 주장한다. “아직 별일 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전에,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미화원, 건설노동자 등 야외 노동자들은 미세먼지에 노출돼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일하면서도 샤워시설 하나 없는 곳에서 1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노동환경 관리감독이 절실한 부분이다. 택배노동자, 주차관리 요원 등 고객들을 대면해야 하는 시민들도 서울시가 신경써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고객들이 건방지다고 항의할까 봐 망설인다. 미세먼지로부터자신을 보호하려는 당연한 권리조차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혹여 이런 그릇된 시각을 갖고 있을지 모를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이 절실하다.

시민들의 삶을 면밀히 살펴보면 서울시가 해야 할 일, 또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며칠간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시민들을 보호할 수 없다.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가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거리만 나가봐도, 사무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시민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청사 밖으로 나와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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