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동부, 북극ㆍ남극보다 추워
플로리다선 얼어붙은 이구아나 속출
시드니 지역, 80년 만의 불볕더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미국과 캐나다 동부가 기록적인 한파에 시달리는 동안 지구 반대편 호주는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는 ‘기상 이변’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 워싱턴산의 체감기온은 영하 73.3℃로, 영하 23℃ 수준인 북극 인근 그린란드 피투픽이나 남극점 아문센-스콧기지보다 더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벌링턴과 버몬트, 뉴욕,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의 기온도 영하권에 머물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벌링턴과 버몬트의 기온은 영하 18.3℃, 체감기온은 영하 34.4℃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피부를 노출하면 10분 안에 동상에 걸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필라델피아와 뉴욕 기온도 영하 13.3도를 기록했다.
캐나다 동부의 온타리오와 퀘벡 주의 체감기온도 영하 50℃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지역에 이례적인 한파가 불어 닥친 건 ‘폭탄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겨울 폭풍 때문이다. 새해부터 강한 추위가 나타난 가운데 북극의 찬 공기와 대서양 습기가 만나 생긴 저기압은 눈 폭탄까지 몰고 왔다.
연중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플로리다에서는 얼어붙은 이구아나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광경도 펼쳐지고 있다. 이런 한파로 최근 며칠 사이 심장마비와 동상 등으로 최소 1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교통 대란과 항공편 결항 등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6일 3420편 이상의 국제선 항공기 비행 일정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특히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공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JFK는 들어오는 항공기도 제한하면서, 대부분의 비행기가 아예 출발지로 돌아갔다.
미국 기상청은 중부 지방에도 비와 눈이 내리는 등 한파가 휩쓸고 간 뒤, 8일이 지나서야 기온이 예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날 호주 동남부 시드니에서는 ‘극과 극’의 상황이 펼쳐졌다.
외신들은 시드니의 온도는 47.3℃로 약 8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호주 기상청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39년 기록한 47.8℃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40℃를 넘는 불볕더위는 8일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FT는 “미국 북동부와 호주 동해안의 체감온도 차이가 무려 120℃에 달하는 것”이라며 “물을 뜨겁게 끓이거나 얼음을 단단히 얼릴 수 있을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더운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 호주 소방당국은 산불 주의보와 함께 그레이터 시드니와 인접한 헌터 지역에는 ‘불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 소방당국은 두 지역의 화재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는 ‘열’을 묘사하는 글과 그림이 잇따랐다. 한 SNS 사용자는 노면의 열기로 계란 프라이를 조리하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려 폭염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