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활동 많은 겨울, 바이러스들 “내 세상” 사망 원인 4위, 어르신은 사래 걸려도 위험 ‘예방접종’ 필수

#서모(67) 씨는 정년퇴직한 7년 전부터 아침마다 산책과 맨손체조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 그러다 최근 기침이 계속 나 운동도 쉴 정도로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다. 추운 날 새벽 공기를 들이마신 탓에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서 씨는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었다. 그러나 증상만 조금 나아졌을뿐 기침은 일주일 이상 계속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그는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면역력 떨어지는 겨울철 대표질환 ‘폐렴’=폐렴은 대표적 겨울 질환으로, 폐의 기낭이 액체나 고름으로 차게 되는 염증이 원인이다. 걸리면 기침, 고열, 오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주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에 의해 유발된다,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나 노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폐렴 바이러스는 추위를 좋아한다. 겨울은 실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폐렴은 다양한 종류의 병균이 사람의 폐로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폐렴은 환자의 방어 능력을 뚫을 정도로 병원성이 강한 균이거나, 균 수가 많거나 균에 대한 환자의 저항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발생한다. 폐렴은 겨울에 빈번히 발생한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보통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나타난다”며 “이는 환절기ㆍ겨울철 면역력 저하와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 환자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는 자체가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세균성 폐렴을 유도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라며 “겨울에는 실내 활동이 늘게 되므로 바이러스의 전파가 용이해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폐렴은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냥 방치하게 되면 급속히 증세가 악화된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서 씨 사례에서 보듯 폐렴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고령은 물론 영양결핍, 종양,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간 질환, 흡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폐렴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어 “노인은 흡인(사래 걸림)으로 폐렴이 쉽게 일어나는데, 연하장애(삼킴장애)가 주된 원인이다”며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 질환자에게도 (폐렴이)많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넘게 콜록콜록…감기인줄 알았더니 ‘폐렴’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 폐렴이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은 노화로 폐 기능과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 한 번 폐렴에 걸리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 환자는 폐렴에 걸리면 입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 병원성 폐렴이 발생하기도 한다. 노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입원 기간이 길고, 동반 질환이 많을 뿐 아니라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노인이 중증 폐렴(인공호흡기나 혈압 상승제를 사용해야 하는 위중한 폐렴을 말함)에 걸리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진다.

우리 국민 사망원인 4위 ‘폐렴’, 예방백신이 예방책=실제로 폐렴은 노인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폐렴 사망률은 2015년 기준 65세 이상에서 209명으로, 65세 미만(3명)보다 무려 68.7배 높았다. 지역사회 폐렴의 사망률을 보면 외래 환자의 경우는 1% 이내이지만, 입원 환자에서는 8~15%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중증 폐렴의 경우에서는 4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폐렴은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폐렴의 주된 증상은 발열, 기침, 가래 등이다. 오한, 흉부 통증, 호흡곤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 환자에게서는 이 같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잘 나타내지 않아 문제다. 대신 혼돈, 무기력증, 기저 질환의 악화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노인 환자는 젊은 환자보다 증상은 적으나, 나타나는 기간은 더 길고, 발열과 흉막 통증은 많지 않은 대신 빈호흡이 자주 나타난다”며 “오한이 없고, 기침과 가래가 적으며, 진찰 소견도 확실치 않아, 증상만으로는 폐렴과 다른 질환의 감별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식욕 감퇴, 활동 감소 등의 변화가 있으면 폐렴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렴 환자는 호흡기 증상 외에도 두통, 오심(울렁거림), 구토, 복통, 설사, 근육통, 관절통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노인에게는 이 같은 증상의 호소도 심하지 않을 수 있다.

정 교수는 “감기로 생각했으나 높은 열이 발생하고, 화농성 가래, 호흡곤란,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폐렴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며 “가래나 혈액검사로 원인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노인 환자는 요양원 등의 집단 수용 시설 거주자나 장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많다. 정 교수는 “이들에게 발생한 폐렴(의료기관 관련 폐렴)은 따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 경우 일반 폐렴에 비해 훨씬 항생제 내성이 높아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폐렴 증상은 특징적이지 않으므로 조기 발견이 어려워 그만큼 치료가 늦어진다”며 “폐렴 치료는 빠를수록 좋기 때문에 조기 발견시 즉시 항생제를 비롯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렴 예방의 지름길은 예방접종이다. 해마다 맞아야 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은 호흡기 감염에 의한 입원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폐렴구균 백신도 효과가 있으므로 노인들은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금연도 폐렴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폐렴 발생의 약 3분의 1은 흡연과 관계가 있고,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치료에 대한 반응이 더디기 때문이다.

노인은 뇌졸중 혹은 치매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흡인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노인은 사래가 걸리면 바로 폐렴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흡인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앉아서 식사하고 식후에도 충분히 앉아 있으며, 음식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며 “영양결핍 또한 하나의 위험인자이므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상윤 기자/